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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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 엔딩'(Maybe Happy Ending)이 뮤지컬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우는 제78회 '토니 어워즈'에서 작품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수상(2025. 6. 8.)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대중문화 예술을 대표하는 4개의 시상식 가운데 영화의 아카데미상(2020년 기생충), 방송의 에미상(2022년 오징어게임), 음악의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대상(2021년 BTS)에 이어 공연의 토니상(2025년)까지 수상하였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한국 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구호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시의적절하게 출판된 이서희 작가의 '방구석 판소리'는 심청가 등 판소리 다섯 마당을 조선의 오페라로, 옹고집 타령 등 네 마당을 잃어버린 조선의 아리아로, 도솔가 등 향가는 삼국시대 뮤지컬로, 하여가, 단심가 등 고전시가는 고전의 발라드로, 옥단춘전 등 고전소설은 달빛 아래 붉은 실로 묘사하면서 우리문화의 원류를 총망라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18세기 우리나라의 판소리는 12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5마당만 전승이 되었고 나머지 옹고집타령 등 7마당은 전승이 끊어져 실전판소리라고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조선의 아리아인 장끼타령 중에 겨울철 굶주린 장끼(수컷)가 들판에 놓여 있는 콩알 한 쪽을 두고 까투리(암컷)와 다투는 장면은,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콩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장끼가 콩을 부리로 꽉 쪼는 것과

동시에 장끼는 덫에 콱 걸리게 되고요. 까투리는 그만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저런 광경 당할 줄 몰랐던가, 남자라고 여자 말 잘 들어도

패가하고 계집 말 안 들어도 망신하네.

깃털의 노래: 장끼의 모험과 희생 장끼타령(방구석 판소리 129쪽)

운명의 강가: 바람과 불의 교향곡 적벽가는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흥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운명을 거스른 사랑을 노래하는 숙영낭자전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선비 백선군과 선녀 숙영낭자의 사랑이야기는 애틋하고 애달프고 속상하고 신기하고 인간사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운명을 바꾼 사랑: 정수정의 전설 정수정전은 남존여비의 신분제 사회를 향하여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남자로 살아가는 여성 수정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고난의 길이었지요.

수정은 황제를 찾아가 사실대로 고하기로 합니다.

아버지가 11살에 돌아가셨으며 그로부터 혼자 살아갈 길이 막막하여 과거를 보기 위해 남장을 했고, 아버지의 원수 진량을 베는 것이 오직 목표였다는

절절한 고백이었습니다.

여자인 몸으로 궁까지 들어온 것은 분명 지탄받을

일이긴 하였으나, 황제는 어째서인지 수정에게 식읍, 즉 수정이 조세를 받아쓸 수 있는 고을만은 남겨두었습니다.

운명을 바꾼 사랑: 정수정의 전설 정수정전(방구석 판소리 303-304쪽)

현실이 어렵고 막막할 때 우리 조상들은 그들의 설움과 분노를 한과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찬 판소리, 타령, 향가, 고전시가, 고전소설 등의 이야기로 풀어냈던 것 같다. 조상들의 오페라인 판소리는 1969년 김연수의 판소리 단가로 이어지면서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이산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 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가 있느냐. 봄은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예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허여, 제 절개를 꽃피리 않은 황국 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와 세상 벗님네들, 이내 한 말 들어보소. 인간이 모두가 팔십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 근심 다 지허면 단 사십도 못 산 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생전 일배주만도 뭇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마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 마라. 가는 세월 어쩔그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다가 대랑 매달아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 부모 불효 허는 놈과 형제 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어서 한잔 더 목소 들 먹게 하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김연수(金演洙, 1907~1974)가 창작한 판소리 단가 사철가(四節歌)

방구석 판소리는 작품 끝머리에 대표곡을 들어볼 수 있는 QR 코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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