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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1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름과 제목을 알고 있는 작가들과 작품들에 대해서 정말로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그렇지만 실상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에게는 버지니아 울프가 그런 경우이다. 어디에선가 이름은 많이 들어본 기억이 있어서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어보니 실상은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이제부터라도 그 작가의 작품을 읽고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자기만의 방'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 우리는 같은 세상을 보지만 다른 눈으로 봅니다.
Though we see the same world, we see it through different eyes.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적인 13작품 중의 하나인 '3기니'에 나오는 문장이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인지 작품 속의 문장들이 낯설고 난해하기도 했지만 문장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들을 찾아내는 기쁨도 만만치 않았다. 작가가 같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기만의 방'에 나오는 다음 문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색하며 대학교의 잔디밭을 거닐던 '나'를 한 관리원이 막아섰습니다. '나'에게 허락된 것은 자갈길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세상을 같은 눈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조차도 남다른 용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작가는 1915년부터 53세가 되기까지 일기를 썼는데, 그 내용 중에 작가로서의 심정이 드러난다. '빈 종이를 검토하다 보면 불안해져 저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집 안을 배회하며 계단 아래에 앉아 웁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각종 댓글에 상처를 받고 때로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책이 나온 뒤 서평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예민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그리고 서평이 마음에 들지 않자 분노하는 모습 등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에 대한 용기에 더해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예민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일기를 통해서 이렇게 고백한다. '수동적인 순응이 무섭습니다. ... 저는 치열하게 삽니다.'
'나는 나입니다. 나는 누군가를 모방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내 글, 삶의 유일한 정당성입니다.'
'칭찬과 침묵이 혼재해도...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예술에서 얻는 즐거움이요.'
*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들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위에 세워집니다.(밤과 낮)
사람들을 요약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제이콥의 방)
런던의 거리는 지도가 있지만, 우리의 감정은 아직 탐험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이 구석을 돌면 무엇을 만나게 될까요?(제이콥의 방)
밤이 왔습니다. 그녀가 항상 사랑했던 밤이 왔습니다. 마음의 어두운 웅덩이에 반사된 것이 낮보다 더 선명하게 빛나는 밤이었습니다.(올랜도)
책은 영혼의 거울입니다.(막간)
빗방울은 세상 모든 이들의 눈물이라는 의미를 갖게 됩니다.(막간)
사람들이 변할 수 있을까요? 우리 자신, 우리는 변할 수 있을까요?(막간)
* 우리는 다른 눈으로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작가, 남녀차별이 노골적인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낙인이나 고정관념을 거부한 작가는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치열한 삶을 불태웠다. 80년 전 작가가 살았던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본다.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같은 눈이 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그것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차원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버지니아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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