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치유하는 뇌 - 개정판
노먼 도이지 지음, 장호연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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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리학계에서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등과 함께 위대한 물리학자로 불리는 스티븐 호킹(1942-2018)은, 21살에 루게릭병에 걸려서 2년 밖에 못 살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그 후로 50여 년을 더 살면서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되었다. 우리 주변에서는 난치병 진단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에 기적처럼 그러한 질병을 이겨내고 회복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은 그저 극히 드물고 특인한 현상이라고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우리가 수백년 전에 살았다면, '서울에서 부산을 2-3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거나, 하늘을 날아서 다른 나라에 갈 수 있다거나, 혹은 휴대폰을 통해서 세계 어떤 곳에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하고 얼굴도 서로 마주볼 수 있다고 말했다면, 아마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그 시대에는 그런 상상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 같다.

'기적을 부르는 뇌'의 저자인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 노먼 도이지는 인간의 뇌는 변하지 않는다는 의료 관습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노먼 노이지가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주장하는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말한다.

기존의 과학자들이 뇌는 시간이 지나면서 퇴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이 정신적 활동과 운동으로 뇌의 쇠퇴를 막으려는 노력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반면에, 저자를 비롯한 신경가소성 옹호자들은 뇌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뇌가 활동하면서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는 만성 통증, 뇌졸증, 외상성 뇌 손상,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자폐증, 주의력 결핍 장애, 다운증후군 등 다수의 중증 질환에 대하여 신경가소성을 적용하여 치유하거나 완화시키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물론 외국의 사례들이고 첨단 의학적 기술과 성과들을 적용하는 것이어서 우리들에게까지 그러한 치료법이 적용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우리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리면 스스로 치유한다는생각보다는, 이제는 평생 약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인다. 그런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여겨기는 자폐증이나 뇌 손상을 입은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고 독립하는 경우를 소개하는 이 책의 내용은 획기적이고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혈압과 맥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24시간 혈압을 측정하였는데 전단계 고혈압 진단을 받고 혈압약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혈압약은 평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그 때부터 맨발걷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맨발걷기를 한다고 혈압이 한꺼번에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혈압의 변화가 안정적이고 맥박도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겨울철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맨발걷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 중에서 유명한 가수였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잃은 론 허스만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다발성 경화증( 뇌와 척수의 축삭 주변의 지방성 말이집을 감싸는 부분이 손상을 입어서 탈수질환과 흉터형성으로 이어지는 염증 질환)으로 생계 수단인 노래를 못하게 되고 급기야 목소리까지 잃기 시작한 론 허스만은 방광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걷는 것이 어려워지고 균형 감각을 상실하기 시작했으며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그런 상황에서 뇌 가소성을 이용한 장비를 이용하여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소를 소개 받아 그 건물에 도착하는 장면이 나온다. 낡은 건물에 수수한 장비들을 갖춘 작은 방에 도착하니 출입구에 하역 도크가 있었고 복도는 공사 중이었다. 한 환자는 그 장면을 보면서 "과학적 기적을 일구어낸 본거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론은 "잃을 게 없으므로 되면 좋고 안 돼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 연구소에서 장비를 입에 물고서 통증 없이 혀와 감각 수용체를 자극하면서 30년 간 꾸준히 나빠졌던 론의 증상은 급속하게 좋아졌다. "28년 동안 노래를 하지 못했다가 갑자기 다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그 지팡이는 필요 없겠어요."

혀는 뇌 전체를 활성화하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혀에는 48개 다른 종류의 감각 수용체가 있으며, 혀끝에도 14개의 감각 수용체가 있어서 촉각, 통증, 미각 등을 감지한다. 혀끝에 1만 5,000에서 5만 개의 신경섬유가 있어서 거대한 정보의 고속도로를 만든다.

뇌와 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낯설지는 않지만 보편적이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뇌가 변하는 것처럼 우리 몸도 변하고 있다. 신경가소성으로 뇌와 관련된 난치병이 치유되는 일이 어느 순간에는 기적이 아니라 일상이 되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스스로 질병에 걸린 것처럼 스스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 현실이 되리라 믿고 싶다. 기적을 부르는 뇌는, 기적을 부르는 인간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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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포크라테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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