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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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에서 종정은 상징적인 존재라고 생각했다. 최근 언론에 많이 거론되는 것은 주로 총무원장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물론 효봉스님이나 성철 스님처럼 유명한 분들도 계셨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로만 여겨졌다.

제15대 종정에 취임하신 성파 스님의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를 읽으면서 조계종 종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샘터사 김성구 대표는 "처음 스님은 뵈었을 때는 높이, 멀리 계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가까이 계신다. 따뜻한 모습으로"라고 말했다는데, 실제 스님은 아주 가까이 계시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대 배움을 실천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아주 멀리 계시기도 하다.

* 배우는 어른

요즘은 너도 나도 공부에 중독되어 있고 강박도 갖고 있는 것 같다. 태어나서 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공부가 무거운 짐처럼 따라다니지만 의무감이나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으려고 하는 차원이 아니고 일정한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계속하면서 성취하는 경우는 드물다. 성파스님은 평생 머물고 계신 통도사의 주지를 마치자 마자 그 이튿날 일본으로 떠나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 문화를 답사하고 중국에서는 입문 3년 만에 산수화로 중국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한다. 원효스님이 말씀하신 출출가(出出家)를 몸소 실천했다. 20세에 모든 것은 뒤로 하고 출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40대에 통도사의 주지 임무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서 처음부터 배움을 시작한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 실천하는 어른

어느 정도 경지에 도달했을 때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배움을 청하는 출출가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스님이셨기에 1939년 생이면서도 다른 사람들 오백 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하신다. 스님의 공부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1,300년 동안 한 번도 무너지지 않은 통도사의 전통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야생화를 가꾸고 28년간 도자기를 구워 도자 삼천불과 16만 도자대장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천연 염색과 옻칠 기법을 개발했고 50년 이상 된 항아리 모르기와 서운암 된장 그리고 사라져가는 '도서 무한대 모으기'까지 배움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

* 나누는 어른

공부와 실천은 별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배움과 실천과 나눔도 별개의 것이 아니지만 실제로 배운 것을 실천하고 나누는 삶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주영복 국방부 장관 부인이 외국군 부인들과 통도사를 찾아왔을 때 평소 만들었던 다기 세트를 선물하고 즉석에서 합죽선에 붓글씨를 써준 인연으로 국내 사찰 중 최초로 성보박물관을 건립하게 된 사연 등은 흥미로웠다. 시조 백일장을 개최하고 수상자에게 직접 구운 도자기에 수상자의 시를 써서 주고, 서운암을 찾는 이들에게는 손수 옻으로 염색한 스카프를 선물한다.

* 종합불교대학 경학원의 꿈

한문으로 된 불교 경전을 공부하는 학승을 양성하는 동시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반일들까지 교육하는 종합불교대학인 경학원을 꿈꾸시는 스님의 구상은 이렇다.

'한문이라는 것은 문법을 체득하면 안 배운 것도 읽고 알 수 있어요. 옛날에는 문리하고 했지요. 불교에서는 경안이 열린다고 해요. 그럼 보면 알게 되는 것입니다. 문리가 나고, 경안이 열리면 퇴계문집, 남명문집을 처음 봐보 보면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냥 독해가 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독해력을 가진 사람을 키우려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독재정치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시기를 거쳐왔지만, 1,300년을 이어온 통도사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이 시대의 어른 성파 스님의 배움과 실천과 나눔의 삶은 우리가 본받아 마땅하다.

삶도 공부처럼 문리가 트이면, 어른 스님께서 그러신 것처럼 백 년을 살기 쉽지 않은 인생을 오백 살 인생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런 인생은 배우고 실천하고 나누는 삶을 동시에 살아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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