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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
최규영 지음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남원소방서 119 구조대원으로 인명과 동물명을 구하고 있는 글쓰는 소방관 최규영님의 감동적이고 진솔한 글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 정치 지도자였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출근하면 어떤 사람으로 살게 될까. 길가에 쓰러진 나무를 자르는 목수가 될 수도 있고, 어깨에 들것을 메고 산을 타는 산악인이 될 수도 있다. 그 모습을 결정짓는 것은 내가 아니다. 국민들의 요구가 곧 나의 모습이 된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타인의 요구를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세태에, 타인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소방 공무원의 삶이 새삼 더욱 귀하고 감사하게 여겨졌다.
* 구조대원과 구급대원의 삶
화재 현장과 사고 현장에서 매 순간 타인의 죽음을 직면하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구조대원에 비해 구급대원은 안전한 지역에서 기다렸다가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만 하는 상대적으로 편안한 업무 아니냐는 질문에,
'역시 가장 피곤해 보이는 건 구급대원이다. 구급대원들의 업무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간밤에만 몇 건씩 호출을 받고 구급차에 몸을 싣는다. 이 사람들은 평소에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깍아서 사는 사람들이기에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답한다. 오늘도 밤낮 없이 전국에서 몇 차례나 119 구급차가 긴급출동했을까.
* 소방관 집에도 불이 난다
화재는 늘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고 하지만, 설마 소방관인 심바 씨의 집에서도 그런 일이 있어났으라고는 본인도 상상을 못하고 자신의 집으로 긴급출동을 했다.
"어? 이거 우리 집 근처인데요!!"
"반장님, 설마 현장 도착했는데 반장님 집이 불타고 있는 거 아닙니까? 하하."
급박한 순간이지만 막내의 농담에 긴장을 조금 내려놓고 구조차에 올라탔다. 건물 앞에 도착해서 보니, 우리 집이었다. "저깄네!! 저깄어! 저 소방관 집이에요!! 아이고 어째해쓰까잉." 그렇다 소방관 집에 불이 났다.
* 소방관의 자비
목줄이 풀려 떠돌아 다니는 개를 잡아서 시청 축산과에 인계를 하는 것도 소방관의 업무에 속한다. 시청 축산과에서는 유기견 보호센터에 연결하여 공지를 띄우고 개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도록 개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 어느날 분명히 개 주인이 버린 것이 분명한 순한 개를 소방서로 데리고 오면서 다들, 개가 너무 예쁘고 착한데 키울 수 없는 여력이 없어서 아쉽다고들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내가 보기에도 몸도 매끈하고 눈도 초롱초롱한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기에 아깝다는 생각 말이다. 개를 묶어놓고 다음날 시청에 인계를 하면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이 개는 죽을 운명이었다. 개를 나무에 묶으려 하자 개도 몸을 파르르 떨면서 두려움을 드러냈다. 가져온 빨랫줄로 나무에 개를 묶어놓고 우린 다시 출동대기 상태에서, 한참을 족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외쳤다. "어? 개 풀렸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나는 봤다. 근데 그냥 못 본 체해줬다.
인명을 살리는 소방관은 동물명도 살리는가 보다.
* 소방관의 보람
119 신고를 받고 출동한 축사에는 개 한 마리가 방치되어 있는데, 주인이 가끔씩 와서 밥만 주고 가는데 새끼 때 목줄을 해놓고 한 번도 목줄을 늘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개를 포획망으로 잡고 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목줄이 살을 파고든 정도가 아니라 목줄을 감싼 채로 피부가 아물어서 목줄은 이미 개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목줄과 피부의 마찰로 상처가 생기고 아물고를 반복하였다. 새까맣게 피떡이 된 목줄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괴로웠다. 피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목줄을 칼로 째가며 뜯어내는데, 개를 이 모양이 되도록 방치한 개 주인이 한편으로 원망스럽기도 했다.'
'굳이 소방관이 아니라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법에 저촉될 수도 있고 본인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을 누가 선뜻 나서서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에 오지랖 휘날리며 개 목줄을 끊어줄 정신이나 있을까 말이다.'
가장 절박한 순간에 사람과 동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을 묵묵히 감당하면서 우리 사회를 사람 사는 곳으로 살게 만들어주는 소방관들의 존재가 거대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맡은 임무를 목숨을 다해서 완수하고 있는 심바 씨를 비롯한 이 땅의 모든 소방관분들께서, 전북 지역의 3대 호인으로 불리면서 정년 퇴임한 119 안전센터장님처럼 무사히 임기를 마치시기를 기원한다.
장차 소방관이 되겠다는 아이의 꿈을 무조건 말리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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