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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 하자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3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작가의 50번째 시집이다.
시인으로 52년을 살아오면서 50번째 창작 시집을 내셨으니 거의 일 년에 한 권씩 시집을 내신 것 같다.
<곁에> 라는 시가 있다.
잠시
네 곁에 머물다
가고 싶다
한 장의 그림처럼
한 소절 음악처럼
너도 그렇게
내 곁에 잠시
머물다 갔으면 한다.
그런 마음이었을 것 같다. 시인의 마음은. 시가 대부분 순수하게 맑은 글을 읽는
느낌이다. 그냥 뭐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가는 마음 같다.
<마스크 천하>라는 시는 그야말로 우리들이 쉽게 나누는 이야기 자체다.
코로나 만나 마스크 쓰고 사니
오히려 편하다는 사람들 있다
표정관리 안 하고 살아서
좋다는 사람도 있다
그 대신 말조심한다
눈빛도 조심한다
코로나 끝나도 사람들
마스크 벗지 않으려 할지 모르겠다
마스크가 시키는 일이다.
나도 시를 쓸 수 있겠다 싶지만 그렇지는 않겠지.
<명절>에서는 할머니와 손자의 댓구 같은 이야기가 오간다. 할머니는 ‘좋은 세상이다 잘살라’고, 손자는 ‘좋은 세상이에요 오래 살라’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가 짐짓 둘에게 꼭들어맞는, 아주 짧으면서 적절한 대사는 아무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그에게 <성형미인>은 어떻게 보였을까.
언뜻 보기는 예쁜데
오래보고 있으려면
민망해지는 마음.
슬며시 웃음이 난다.
그런 그에게 <지상에 없는 일>이란 대체 무엇인지.
막걸리 술집이 있고
햇빛 환한 창가에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옛날의 내가 기다리고 있을까?
나태주 시인은 옛날의 자신을 만나고 싶은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작인 이 시집이 팔순 문턱에 나온 것이고,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찾아간 박목월 시인보다 16년은 더 살고 있다고 첫머리 시인의 말에 고백하고 있다. ‘지상에 없는 일’은 세상을 거스르는 일이다. 그의 시는 한결같은 자연스러운 잔잔한 물결 같다.
마지막 시 <공통점>에 나오는 대표적 인물군(群)으로 거지, 교수, 시인이 나오는데, 모두 다 정처 없이 큰가방 하나 이고 지고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는 다 같은 존재라는 점이 맞는 것 같다.
어딘지도 모르고 가고
누군지도 모르고 만나고
무슨 일 하는 줄도 모르고
하는 사람들.
옛날의 나를 만나는 것은 지상에 없는 일일테고, 우리 모두 정처 없이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도 해가 떴으니 좋은 날 하자.'
52년을 시인으로, 43년을 초등학교 교사로 생활하면서 팔순을 눈 앞에 둔 시인의 눈에는 날마다 좋은 날인 것 같다. 그러니 우리도 날마다 더욱 좋은 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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