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서
이영준.이황 지음 / 테오리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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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영웅학' 이자 '영웅 사회비평서'인 <우리 시대의 영웅을 찾아서>는 영웅의 유형부터 영웅에 대한 보호, 고전 영웅과 우리 시대의 영웅 이야기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삼국지의 관우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부풀려진 영웅도 있고, 동성 애인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서 비롯된 복수심과 분노 때문에 트로이군과 전투를 재개한 그리스의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도 있다.

* 영웅은 어떤 사람인가

프랑코와 짐바르도 등 학자들의 정의에 따르면 영웅은 이런 사람이다. 1. 자기희생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인지한 상태에서, 2.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또는 집단이나 귀중한 사회의 이상을 보호 또는 마련하기 위한 속성 내지 목적으로 3,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4. 행위에 참여한 이후에는 있을지도 모를 희생을 기꺼이 수용하며 5. 어떤 이익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지 않은 스포츠 영웅이나 연예계 스타들은 영웅에 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킬레우스나 헤라클레스 같은 고대의 영웅이나 칭기스칸이나 나폴레옹 등 다른 나라를 정복한 침략자들도 영웅은 아니다.

그럼 우리 시대 영웅은 누구일까?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가 붕괴 직전의 상황이었을 때 탈출자들을 뒤로 하고 계단을 거슬로 올라가는 소방관의 모습, 세월호 당시 소방호스로 몸을 감고 20여 명의 학생을 구한 화물차 운전기사 등이 우리가 찾아내고 기려야 할 영웅이 아닐까 싶다.


* 영웅이 죽어가고 있다

영웅은 자기 희생을 전제조건으로 한다지만 프랑스와 샤를 7세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낸 잔다르크는 그후 영국군에 포로로 잡혔을 때 그녀의 유명세를 못마땅해하면서 몸값 지불을 거절한 샤를 7세로 인해 화형에 처해지게 된다. 송나라를 구한 악비 역시 간신의 모함으로 투옥되어 독살당했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도 비슷한 경우이다. 이런 영웅 죽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인 것 같다. 세월호 당시 잠수사들의 경우처럼 20여 명의 학생을 온몸으로 구한 화물차 운전기사는 전 재산인 화물차도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구조로 인한 어깨통증과 손떨림 때문에 다른 직업을 구하기도 어려워서 두 차례나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했다고 한다. 자기 희생을 치른 우리 사회의 영웅들에게 우리는 마지막까지 희생을 바치라고 외면하고 있고, 그러한 외면으로 우리의 영웅들은 죽어가고 있다.

지자체 산하 공단의 비리를 공익제보했던 K의 고백이다. "스스로 내려놓고 뒤돌아보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더구요. 돈도 잃고, 건강도 잃고, 시간도 잃었습니다. 후회는 없지만 두 번 다시 공익제보자로 나서지 않을 겁니다. 그때 3년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싶습니다." 누가 공익제보자 K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우리 시대의 영웅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난간에 매달린 어린 남자 아이를 구한 불법 체류자 가사마는 지체 없이 4층 발코니까지 올라가 어린 생명을 구했다. 2019년 호주 대형산불 당시 10만 명의 무보수 자원봉사 소방관들, 사스, 메르스, 코로나와 싸운 수많은 의료 영웅들뿐 아니라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로부터 2,500명의 어린이를 구한 폴란드의 국민 영웅 이레나 센들러 그리고 소록도 한센인들을 40여년 간 헌신적으로 돌본 마르안느와 마가렛 수녀 등 우리 시대의 영웅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우리와 이 사회를 지켜주고 있다.

* 악의 일상성에서 영웅적 행동의 일상성으로

악의 일상성이 방관자를 낳는 가운데, 영웅적 행동의 일상성은 영웅을 낳는다. 영웅은 다음과 같은 교육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고 한다.

1.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상상하라!

2. 타인과 공감하라!

3. 작은 선행부터 실천하라!

4. 남은 돕기 위한 기술과 경험을 쌓아라!

--- 영웅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라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수많은 영웅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게다가 영웅은 교육을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영웅의 자기 희생은 한 번으로 족하며, 그 후에는 영웅적 행동에 합당한 대우와 존경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에서 4층 난간에 매달린 아이를 구한 불법 체류자 가사마는 이틀 뒤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소방서 일자리를 제안받으면서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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