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 - 지금의 의료 서비스가 계속되리라 믿는 당신에게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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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행정직 아버지와 대학병원 간호사 어머니, 소아과 전공의 여동생을 둔 약사 출신 박한슬 작가의 <노후를 위한 병원은 없다>를 읽으면서 점점 노령사회가 되어 가는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노령사회를 위한 의료체계가 갖추어져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병원과 의료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병원은 다르게 느껴졌다.

달과 지구의 중력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의사 한 명당 하루 48.3에서 58.3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비해서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하루에 8.1명의 환자들을 진료한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왜 병원에 가면 한 참을 기다리고도 정작 의사를 만나는 시간은 순식간일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갔다.

대학병원 전문의 수련과정만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간호사들도 '불에 타서 재가 될 때까지' 들볶는 용어도 끔찍한 '태움'이라는 악습이 있다고 한다. 직장 동료의 부인이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데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경력이 있으니 괴롭히는 선배 간호사의 입장일텐테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작가의 글을 읽다보니까 환자들이 병원에서 의사들과 충분한 시간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간호사들이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는 '태움'이라는 악습도, 약국에서 충분한 복약지도를 받지 못하는 것 등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결국은 인력 부족이라든지 정책의 혼선 등으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19 당시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너무 이기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사들 입장에서는 의대생 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의 정책이 당초 약속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의료진 대신 검사 장비로 가득한 병원에서 진료는 짧아지고 검사는 길어지는 이유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이 적자라는 통계는 의료장비 구입비를 손실로 처리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고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가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환자가 넘쳐나는데 적자라는 믿기 힘들다.

그 외에도 국토 면적의 12.6%에 불과한 수도권 총 인구수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긴 것처럼 의료환경도 지방이 몰락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 등 쉽게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결국 서울에서 부자로 살지 않는 한 노후를 위한 병원은 갈수록 찾기 힘들어지라는 전망이다.

가장 정확하고 부정할 수 없는 지적 한 가지. 이러한 의료문제는 비단 의료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급적 긍정적으로 살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마냥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노령사회의 현명한 의료적 접근방식은 예방의학임에도 2022년 기준 건강보험공단의 86조 6,474억 예산 중에서 건강 증진 사업에 책정된 금액은 946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0.1퍼센트라는 수치가 우리의 현 의료수준을 표현하는 지표로 느껴진다.

결국 전체 삶의 2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노년기에 평생 쓰는 의료비의 절반이 집중된다고 하는데, 우리 위대한 정치인들은 노령수당 인상으로 생색을 내면서 노인들의 표만 쓸어담을 궁리만 하고 있으니 노령 사회를 위한 의료는 요원하기만 하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사회에서 노년이 되어서도 자녀들 뒷바라지에 정작 노후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노인 일자리 사업과 노령 수당에 의존해야 하는 서글픈 우리 어르신들의 모습이 머지 않아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고민할 시간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한다.

#노후를위한병원은없다 #박한슬 #북트리거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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