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숨
김혜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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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깊은 숨>은 34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혜나 작가의 7개의 다른 소설이 하나로 묶여있는 소설집이다. 


‘오지 않는 미래’,

“오지 않는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결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비극으로 끝난다 해도 결과를 알 수만 있다면 의연하게 그 한가운데로 걸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동화작가 여경과 탁주 빚기 모임에서 만난 민서, 그녀의 남자 친구 진수의 심각하지 않은 삼각 이야기 이지만, 내심은 할머니의 술독 이야기, 부다페스트의 부다성, 영화 글루미 선데이와 다자간 연애가 묘하게 교차하며, 발효처럼 언제든 심각하게 부글부글 끓어 넘치다 못해 못쓰게 산패해 버릴 가능성이 농후한 채 끝으로 다다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짐짓 밋밋하게 세 명의 스토리가 아무 일 없이 넘어가며, 조용히 참아가는 이야기 같다. 


요가로 몸을 다친 주인공이 방콕 파타야에서의 시간 중 만난 잠이라는 트랜스 여성을 만나며 잠시 휴식을 얻는 ‘가만히 바라보면’도 그렇고, 해외 입양되었다가 국내에서 다시 부모를 찾으려는 두 사람의 흔적을 담은 ‘아버지가 없는 나라’도 그렇고, 작가는 작가 후기에 밝힌 대로 국외 경험을 많이 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야 할 것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결론을 전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큰 흐름에서, 작가는 성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달리보면 모든 성장이 정체된 느낌과도 연결되는 것 같다.


‘모니카’에서는 이야기 속에서 이미 여성 동성 간의 연애를 드러내어 이야기를 전개하였고, 마지막 작품인 ‘코너스툴’에서는 주인공의 밝히지 못한 성향을 이야기 속에서 전개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의 이야기 속에서 애정의 감정이 이해받지 못하는 부분으로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그리고 있으며, 인간으로서도 정당하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그리고 있다. 책 자체만을 좋아하면서 그 자체만을 위해 남녀관계를 불문하고 대화하기 원하나, 그 자체도 이루어지지 않고 남녀관계로서도 부적절하게만 전개될 뿐인 현실이 이어진다. 


“나는 다만 그와 친해지고 싶었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그가 기혼의 40대 남자이고 내가 미혼의 30대 여자라는 사실이 불편하다면 그 불편함의 정체는 무엇인지, 우리가 욕망하는 것은 어떠한 형태인지조차 알 수 없어 답답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마음이 상하지 않게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은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견디는 과정에 지나지 않음을 나는 점차 깨달아갔다.” 


해결이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은 꼭 남녀관계만도 아니고 초콜릿을 만들며 풀어가는 ‘비터스윗’이나 영어학원 이야기를 담은 ‘레드벨벳’속의 사회적 대인관계로서도 자녀 관계도 시원치 않은 관계로 이어져 있다. 오늘날 코로나로 흐려진 모든 관계망이 그렇게 나타나듯 암울한 현실을 다양하게 그려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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