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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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필명으로 삼은 프랑수아즈 사랑의 작품 <사랑의 파수꾼>, 그녀의 자유분방한 삶을 소설 곳곳에 배치한 듯하다. 여주인공 도로시 시모어는 두 번의 이혼 경력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약물과 살인, , 자동차 사고, 나이든 여성과 젊은 남성의 관계 등이 등장한다.

 

정작 사강은 33세에 발표한 소설이지만, 딸과 손주도 있는 여주인공은 45세이다. 나이 차이를 극복했다기보다는 33세에 이미 세상을 다 안다는 듯한 작가가, 나이에 비해 아직 더 젊은 모습으로 살고 싶은 여주인공의 마음을 근접시켜 섬세한 심리묘사를 해낸 작품이다.

 

우연한 자동차사고가 나고, 남자친구 폴에게서 당신 미쳤소?”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젊은 20대 청년 루이스를 집안으로 들여 보호해주기 시작하는 도로시. 무표정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치게 매끈하고, 날씬하고 매끈한그의 잘생긴 외모에 낭만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불구자가 된 그와의 영원한 동거까지 상상하며 불합리하다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고 여기는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두 번째 남편의 자살 소식이 들리고, 오롯한 슬픔을 폴 앞에서는 기척도 없다가 폴이 보는 앞에서 루이스 발 밑에서 오열하는 야릇한 감정을 겪는다. 루이스는 외모 덕에 시나리오 작가인 도로시에 의해 유명한 배우로 발돋움하고, 그 와중에 도로시와 관련된 세 명의 사람이 모두 루이스에 의해 도로시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살해되었음을 알게 되었으나, 점점 공범의 신세가 된다.

 

연인과 남동생- 거의 아들뻘이라 할 수 있는 사이에서 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았다“ ”나는 망가져버린 내 삶을 슬퍼하며 눈물을 조금 흘렸고, 코를 훌쩍거리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입어야 했다. 어쨌건 그 피어슨 경관은 굉장히 잘 생긴 남자였다.”

도로시는 그런 여자였다. 혹은 사강이 그랬을까.

두 남자와의 파티 외출이나 결국 폴과 결혼해서도 루이스도 같이 살게 될 뉘앙스 속에 이야기는 결말로 향하고, 살인사건 조사 차 나온 경관에 대한 짧은 생각은 살인방조 묵인에 대한 양심보다는 외모에 대한 인상이었다.

 

당신이 내게 베푼 친절이 순수한 선의에서 나왔다는 걸 알았을 때,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당신이 나를 어리게 생각한다는 걸, 당신이 폴 브레트를 좋아하고 나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난 당신을 보호해줄 수 있어요. 그뿐이에요.”

폴은 둘 사이에 관능적이지 않은 플라토닉한 사랑을 한다. 도로시를 괴롭힌 사람을 쉽게 죽이고, 도로시의 목마저도 눌러서 죽일 뻔한 사람이다.

 

우리가 그를 오래 데리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영원히, 당신도 잘 알고 있는 바잖아!”

반면 폴은 루이스와 도로시가 오직 같이 자지 않는다는 것만 확인이 되자, 그것이 안심이 되어 도로시를 이해하게 되었고, 루이스를 영원히 한 가족으로 맞을 수 있겠다는 더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다음날인 월요일이면 우리는 보수를 받는 정확하고 일상적인 일의 세계로,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잠을 자게 해주는, 우리의 삶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안심시켜주는 세계로 돌아갈 터였다. 그러나 제기랄, 나는 때때로 삶과 그 연쇄적인 순환의 고리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그건 우스꽝스러웠다. 내가 그래왔듯이, 모든 형태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삶을 증오할 필요가 있었다.”

도로시, 루이스, 폴 모두 사강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그 어떤 삶의 혼란과 혼동 속에서도 그저 살 수 있는 사람들의 냉담하기까지 한 냉정하고 담담한 시선만이 마음의 파수꾼이라고, 그러한 시각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 절대적인 살아감의 의미임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었을까.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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