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
조금숙.선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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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모인들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로스쿨에 들어가서 변호사 시험을 치르던 아들이 2번 변호사 시험에 낙방하고서 귀농을 하겠다고 한다면 한숨이 아니라 두숨 세숨이 터질 것만 같다. <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는 10년 차 농부이자 엄마인 조금숙 작가와 귀농을 꿈꾸는 아들 선무영 작가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다. 엄마 조금숙 작가의 말처럼 요즘은 연하장도 안 나온다는 세상에 도시에 사는 아들과 시골에 사는 엄마가 사계절을 주고 받은 그 편지를 읽는 내내 내 마음도 함께 움직였다.

*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어머니께)

로스쿨에 들어갈 적에는 시골 마을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군요. 그래도 달라진 것은 변호사에서 농부로 '직함'이 바뀐 것밖에 없습니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재밌는 일을 찾아서 하고자 합니다. 농사를 지어 부자 되기는 어려워도, 부지런한 농부가 굶을 일은 없습니다. 변호사라면 귀농 생활이 한결 편했겠지만, 직함이 귀농에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죠.

* 귀농이라니 한숨이 터진다(작은 아들에게)

너는 도시에서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내려오고 싶다니, 한숨부터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네. 엄마의 시골 생활은 초기 뇌경색이던 할머니께서 치매 증상을 보이시면서 갑작스럽게 괴산에 집을 지으면서 시작되었다. 선뜻 반기지 못하는 엄마 마음을 알겠니. 든든한 자격증 하나 따서 오면 어떨까 싶은데. 그래도 그간 해온 법 공부가 아쉽지 않겠니. 아직 늦지 않았으니 학원에라도 의지해보면 어떨까.

시골 마음에 살더라도 농사늘 짓지 않는 귀촌. 좋지. 은퇴할 때까지 도시에서 열심히 살다가, 퇴직금 받아서 시골 땅에 집 짓고, 한적하니 연금 받으면서 말아. 엄마는 너에게 이런 귀촌을 권해주고 싶다. 누군가는 꼭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서도, 아들딸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게 부모 마음이다.

시골살이는 '리틀 포레스트'가 아니라 '체험 삶의 현장'이란다.

* 우리가 꿈꾸는 삶에 붙는 이름은 중요치 않습니다(어머니께)

"변호사가 될 줄 알았던 사위기 농부가 되겠다니! 이 결혼은 반대다!" 하고 하셔도 할 말이 없을 텐데, 장모님은 제가 시골에 내려가 살겠다고 할 때도 '잘해보라'며 다시 따뜻한 밥을 해주셨습니다. 그간 고생했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지요.

제가 생각하는 시골은 '가족'이고 '건강'입니다. 시골에 사니는 부모님 걱정하며, 매달 보내는 용돈으로 죄스러움을 씼고 싶지 않습니다. 10년 차 소농인 어머니의 어려움이 제 어려움이죠. 멀찍이서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빈자리를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말씀하셨던 것과 같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제고 떠나실 적에 엉엉 울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가까이 살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프시지 않고, 늘 즐겁게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래, 네가 와서 봄이구나(작은 아들에게)

너에겐 시골에 가고자 하는, 간절하게 원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고, 할 수 있는 일도 가늠해보고 있으니, 말리는 일이 무색해졌다. 아들의 인생에 관여하고자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부끄럽기까지 하구나.

부모 된 우리가 늙어왔기에 너희들이 그만큼 장성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 섭섭해하지 말거라. 늙어가는 것이 서럽지 않고 너희가 잘 살아주는 것이 한결 고맙단다.

* 청년이 언제든 농촌에 올 수 있다면 좋겠다

아빠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청년들이 귀농하면 '농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가 되고, 그다음 청년들의 장점을 살려 농촌에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창업 지원책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괴산에서 아빠가 씀)

*내년에 어떤 씨앗을 어디에 심을까, 가슴 벅찬 고민입니다(어머니께)

제 삶은 좋든 싫든 이렇게 변화를 맞았습니다.때로는 살기 위해서, 때론 더 나아지기 위해서 맞이한 변화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척박하지 않은 곳이 어딨겠습니까. 도시도, 시골도 살아내기 퍽퍽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하 하는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마음이 바쁘네요.

* 이제 너희를 맞을 준비흘 할 때가 된 것 같다(작은 아들에게)

삶을 향기롭게 하려면 용기가 꼭 함께해야 하는 것 같아. 도시에서는 가까이 살아도 가까운 게 아니지만, 시골은 그렇지 않아. 어서 네가 내려와서 가까이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언뜻 들었다.

--- 취향대로 사는 사람에게 척박함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아들과, 귀농이라는 말에 한숨부터 터진다는 엄마는 결국 서로의 진심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먹고 살기 위해서 행복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현실 속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자 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의 행복을 위해서 귀농보다는 귀촌을 권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따뜻하다.

아, 나는 귀촌이 하고 싶다.

귀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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