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김중혁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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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지파괴

<딜리터 : 사라지게 해드립니다>는 천지파괴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도 잠시 사라진 것 같다. 출간 후 공개된다고 하니, 아마 다른 레이어에서 짜잔 하고 나타날 것 예정인가보다.

'세상의 네 개의 레이어로 만들어져 있대요.
가장 아래쪽 레이어는 지구 표면이에요. 그 위의 레이어에는 식물과 동물과 인간이 살고 있어요. 바로 그 위에 숨겨진 레이어가 있어요.'

'딜리터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0.1퍼센트뿐이야. 어릴 때부터 뭐든 만지면 잃어버리고 깨버리고 망가뜨리는 사람들ㅇ이야. 그걸 능력으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지.'

딜리터(deleter)들은 마음만 먹으면 천지창조도 없었던 걸로 할 수 있다. 하느님이라도 별 수 없다. 지우는 건 인간들이 최고다. 지구가 그 증거다. 나무와 풀과 온갖 생명체가 끊임없이 생겨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지워진다.(딜리터 묵시록 중에서)

* 이기동(딜리터)
그런 거 들어보셨습니까? 인터넷 장의사, 잊혀질 권리. 그런 거의 오프라인 버전입니다. 지우고 싶은 것을 의뢰하면 제가 가서 도와드립니다.

* 더스트맨(딜리터)
물건을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게 기분 좋은 일인 줄 알아? 살인 현장에 있는 증거들을 지우는 게 기쁜 일인 줄 알아? 뺑소니치고 도망간 남자의 뒤처리하는 게 즐거운 일인 줄 알아?

* 강치우(딜리터/소설가)
소설가는 관찰하는 사람이에요. 관찰의 핵심이 뭔지 알아요? 자신을 사라지게 하는 겁니다. 내가 드러나면 관찰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어요. 나를 버리고 상대를 온전히 지켜볼 수 있을 때 관찰이 완성되거든요. 소설가 중에 잘생긴 사람이 거의 없죠?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내가 만진 것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건 진짜 힘들어요. 처음에는 보고도 믿기 힘들었어요. 사랑하면 가질 수 있어야지. 사랑하면 더 많이 생겨야지, 안 그래요? 사랑하면 다 가져가버려요. 나중에는 무엇도 사랑하지 않게 돼요."

* 조이수(픽토르)
저는 레이어가 보여요. 볼 수 있어요. 딜리터는 물건을 사라지게 할 수 있죠. 저는 사라진 물건을 볼 수 있어요.

* 소하윤
소설가이자 딜리터인 강치우의 여자친구 소하윤은 교통사고로 가족이 죽고 난 일년 후 실종된다. 교통사고로 가족이 죽고 난 다음부터 소하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 사람은 천국에 가 있을 거야. 거기 가면 세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강치우와 헤어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가제본에는 의뢰서가 동봉되어 있다. 소위 딜리팅 의뢰서 2통이 들어있다. 한 통은 이기동 딜리터에게 보내는 의뢰서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물건이 있습니까?
다른 한 통은 강치우 딜리터에게 보내는 심각한 의뢰서다. '당신이 지우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일단 믿음일 갖고 상상해본다. 어떤 물건을 지울까? 그래 빚진 증거를 다 없애면 좋겠다. 이왕 일을 벌였으니 기왕이면 국가 채무에 관한 자료를 다 지워버렸으면 정말 좋겠다.

그 다음에 누구를 지워야할까? 솔직히 돌아오게 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지우고 싶을 정도의 사람은? 아 있다. 러시아에 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다수의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넣는 살인마들은 제발 사라지면 좋겠다. 덧붙여서 만약에 가능하다면 세상에 있는 심각한 질병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환경오염도 사라졌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가만 생각해보니 약간 슬퍼진다. 하나도 없을 줄 알았는데, 사라졌으면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현실은 함께 살아야한다.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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