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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식 아파트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박 맛 좋아>, <꽃들의 대화>의 서경희 작가의 <복도식 아파트>는 내가 살집 한 채를 장만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은영과 남편 정수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은영은 금수저로 태어나 돌이 되자마자 아파트를 몇 채씩 소유하는 외계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흙수저를 대변하고 있다.
* 이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은영은 정수와 결혼하면서 학습지 교사로 생활하고 있다. 전세 재계약 시기가 올 때마다 올라가는 보증금에 시달리던 은영은 친정 아버지의 노후자금까지 빌려서 큰 마음을 먹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지역의 복도식 아파트를 계약했다. 이제 이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은영은 감격했다.
* 분수에 맞게 전세를 살었더라면
은영은 아파트를 계약하고 이사를 한 후에야, 그 지역에 매립지가 들어서게 된다는 정보를 뒤늦게 접한다. 집을 사는 게 아니었다. 분수게 맞게 전세를 살았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집값이 아무리 내려가도 집주인에게 맡겨 놓은 전세금은 그대로고, 주변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계약기간을 채우고 훌쩍 떠나면 그만이었다.
* 사람들은 너무 쉽게 분노하고 너무 쉽게 잊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매립지 반대투쟁위에 사무직으로 근무하게 되었으나, 용역을 동원한 공권력의 무자비한 난입으로 부상까지 당하게 된다. 은영은 이 도시로 이사 온 것을 내내 후회했다. 몰랐어도 될 세상, 모르는 게 더 나았을 세상, 그 세상으로 기어들어온 것은 은영이었다. 결국 은영은 헐값에 아파트를 팔고 경기도를 떠나 서울 변두리에서 전세를 살게 되었지만 치솟는 집값을 반영한 전세금으로 또 다시 경기도 외곽을 전전하게 된다.
* 몰랐어도 될 세상,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
원자력 발전소 건설, 매립지, 송전탑 건설, 군사시설 등 대도시에서는 몰랐어도 되고 모르는 척 눈 감아 버리면 그만인 세상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존재하고 있다. 모르는 척 외면하면 그만인 것 같지만, 대도시의 힘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이나 그들이 배출한 쓰레기 더미를 힘없는 소도시나 농촌지역의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 현상 만큼이나, 권리는 독차지하고 책임은 전가하려는 기형적 시스템도 문제이다.
--- 아파트는 사람이 살아가는 주거 공간이기도 하지만, 투기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아파트는 개인의 욕망이 빚어낸 것일까?, 투기를 잡겠다면서 결국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권력이 자초한 괴물일까?
#복도식아파트 @서경희작가 #문학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