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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이연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유튜브 구독자가 80여만 명에 달하는 '이연LEEYEON' 채널의 운영자 이연 작가의 <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주는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그림 에세이다. 이제는 31세가 되어, 27세가 되던 해를 되돌아본 '나의, 2018년'을 담담하게 함께하면서 뭔지 모를 힘이 꼬무락 꼬무락거리며 생기는 이유는, 빛을 내며 사라지는 것이 똑같아서 탄생한, 목걸이처럼 목줄 세 개가 걸린 전구 캐릭터의 보일 듯 말듯한 미소 때문일까. 작가 자신의 진심이 담긴 일기장에서 길어 올린 희망이 담긴 말들 때문일까.
외부에 소속되기 위해 우리는 매번 얼마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가리고 사는가. 회사, 교회 같은 종교단체, 취미로 간 모임에도 동창회에서도 심지어 매일 보는 거울 앞에서도 남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고민하며 화장을 하고 살아간다.
그림 그리고, 이야기하며, 스스로의 세계에 제대로 안착한 작가는 말한다.
“남들 보기에 멋진 일을 하는 사람보다, 스스로에게 맞는 재미있는 일을 해나가는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나에게 소속된다는 건 그런 일이다.”
“내게로 오는 길이 너무 멀었다” 사람은 그런 본래의 자신에게 돌아오는 참된 경험을 통해 드디어 갈 길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 또 그들이 옳다고 하는 길을 열렬히 믿으며, 개인보다는 커다란 집단의 생각이 더 현명할 것이라 여긴 것이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세상이 시키는 일들을 열심히 따르는 삶에서, 전보다 더 많아지는 요구 속에서, 지난날 박인환 작가의 시, ‘목마와 숙녀’에 나오듯 점점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더 이상 회사를 다니지 못하고, 연인과 헤어지고, 베란다가 없어 5평짜리 작은 방에 들여놓은 세탁기가 고장 나 물건이 젖고, 에어컨이 고장 나고, 다른 전열기구와 함께 돌리기 어려운 냉장고를 달래듯 써가며, 한두 달 먹거리를 헤아리며, 가난을 버티면서도 작은 시작으로 출발한 수영강습.
삶이 너무 허무해서 결국은 죽음 때문에 삶이 빛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도록 정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텨온 것인지 마음이 애잔하다. “계속 쓰고, 그리고, 사고, 걷고, 먹는다.”면서 “허무를 믿으며, 허무와는 관계없어 보이는 일들만 잔뜩하다.”는 독백이 오히려 그녀를 살린 것도 같다.
“겨울이 있기 때문에 계절이 순환하는 것이고,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나는 것이니까. 너무 미리 슬퍼할 필요 없이 지금의 찬란한 녹음과 시간을 감사히 여기면 된다. 그게 삶의 허무를 줄이는 일이다. ”
아주 멀리 헤엄치면서 평생 수영을 하는 할머니가 되리라는 작가의 이제는 변하지 않는 꿈을 응원하면서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
우리나라 최고령 수필가이자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도 정년퇴직 후에 수영을 배웠다고 인터뷰한 내용이 생각난다. 매일을 헤엄치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철학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근처에서 철학하는 수영을 가르쳐주는 곳이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매일을헤엄치는법 #매일을헤엄치는사람들 @prunso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