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플레이스의 비밀 - 그녀가 사라진 밤
리사 주얼 지음, 이경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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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두운 심리 스릴러 소설의 대가 리사 주얼의 역작 <다크 플레이스의 비밀>을 다 읽고 나니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500쪽이 넘는 분량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더해졌다. 다 읽고 나니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노아를 갖게 된 탈룰라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낯선 일이 아니다. 한동안 헤어졌다가 탈룰라의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의 아이 노아와 탈룰라를 책임지려는 잭의 존재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어느 금요일 저녁 둘이서 어마 킴에게 아이를 맡기고 '밤 데이트'를 나간 탈룰라와 잭은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를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노아는 별일 없죠?'라고 문자를 보냈던 딸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 애매한 커플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는 다크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오래된 고택이다. 그 고택에는 다크 플레이스라는 명칭과 기묘하게 어울리는 탈룰라의 또 다른 동성 연인 스칼렛이 살고 있다.

탈룰라가 사라진 마을에 새로 살게된 추리소설 작가 소피는 끈질기게 두 사람의 실종사건을 파헤친다. 그러다가 소피는 사라진 두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반지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 안에는 금으로 된 약혼반지가 완벽한 상태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10대 미혼모 탈룰라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나타난 아이 아빠 잭의 집요한 구애와 둘의 갑작스러운 실종. 탈룰라는 다크 플레이스에서 평범하지 않은 매력을 풍기는 스칼렛에게 점점 빠져들어간다.

'오래전부터 다크 플레이스와 그 저택 근처의 숲을 연결하는, 영국 내전 중에 판 비밀 터널이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 저택에 살던 사람들이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나 출구에 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랑했지만 그 감정이 변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철모르는 십대에 아이를 낳았지만 실제 마음은 또 다른 동성 연인에게 끌린다면. 실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말이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이 저택이 반쯤 타버리는 바람에 설계도가 타버렸어. 이 집을 다크 플레이스라고 부르는 것도 다 그 화재 때문이야. 불이 난 후에 주위에 서 있던 나무들이 전부 새카맣게 타버렸거든."

내가 그런 입장이라면 어떻게 할까 싶다. 내가 탈룰라처럼 10대에 아이를 낳았는데 자신을 책임지겠다고 달라붙는 연인이 부담스럽기만하고 오히려 다른 동성연인에게 마음이 간다면? KBO 사무총장까지 역임했던 고 허구연 해설위원은 생전에 야구 중계를 할 때 '야구 아무도 모른다'는 말을 즐겨 했다. 다크 플레이스를 읽으면서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사랑 아무도 모른다.

탈룰라가 자신의 몸으로 낳은 아이 노아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것처럼, 탈룰라의 엄마 킴이 사라진 딸 탈룰라를 애타게 찾는 것처럼 연인간의 사랑도 운명적이라면 좋을텐데 왜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 화재가 나고 그 감정들은 새카맣게 타버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제목처럼 어두운 심리 소설의 대가 리사 주얼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흥미로운 결말을 선사한다.


'스칼렛은 사랑할 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걸, 스칼렛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전부 잘못됐다는 걸 탈룰라는 안다.'

그런 스칼렛을 좋아한 탈룰라는 사랑을 알고 있을까?

사랑 참 어렵다. 그래서 사랑은 더욱 신비롭다.

#한스미디어 #다크플레이스의비밀 #리사주얼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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