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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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 추리문학상 신인상 수상작가인 닉네임 '엽기부족' 홍정기 작가의 전래 미스터리는 전래동화를 통해서 무한 엽기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상상을 초월하는 원전 전래동화의 엽기적 잔혹성에 미스터리를 접목한 작가의 도발성이 놀랍다 못해 오싹하다. 일본과 대만 등에서도 나온 바 있으나, 한국의 전래동화 미스터리는 시도된 바가 없다고 한다. 다만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현대의 상황과 접목하거나 호러물로 공포화시킨 드라마 시리즈를 본듯하다. 드라마는 보통 사랑을 중간다리로 하여 미화되고 카타르시스적 눈물을 자아내나, 책에서 글로 보는 것은 상상 때문인지 보다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 콩쥐 살인사건

콩쥐를 죽이려다 미수에 그치고 종아리가 잘리니, 그것만으로도 섬뜩한데,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신으려다 의붓언니들이 발 앞뒤를 잘라냈다는 엽기적 서양동화의 원전처럼, 팥쥐가 자발적으로 미끼에 접근한다.

* 나무꾼의 대위기

선녀와 나무꾼 패러디. 거기에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속 산신령도 등장하지만, 이 신비로워 할 노인과 나무꾼은 우리가 익히 아는 성품의 소유자들은 이미 아니다. 15세 관람 불가 성인 동화다. 나무꾼은 왜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일까.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가 무서운 이야기로 전개되다니 흥미롭다.

* 살인귀와 식인귀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이 해와 달이니,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따온 이야기 같은데, 완전 다르다. 여기에 떡 팔러 먼 길 떠나 나타나지 않는 엄마는 호랑이에게 먹혔다는 옛이야기를 조금 섞었는데, 살인귀와 식인귀가 마주치니 누가 이길까. 둘의 아수라장 싸움결과가 두렵기만하다.

* 연쇄 도살마

밤마다 참기름을 바르고 가축의 생간을 먹던 여우 누이라는 동화에서 착상하여, 이야기는 늑대소년을 섞으며,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이끌어낸다. 집안에서 밤마다 닭과 소가 죽어나가는데 막내 예쁘장한 여동생 미호는 고기까지 좋아한다. 알 수 없는 섬뜩한 전개, 세 아들의 거동도 수상하다. 의문의 죽음과 사라짐은 왜일까.

* 스위치

혹부리 영감이 혹을 바꾸듯, 파란 눈의 백정 아들은 뜻밖에 뭐든 스위치가 가능한 능력을 얻지만 제대로 쓸 줄은 모르고, 하나하나 실험하며 배워 나가지만 잘은 모른다. 도깨비 방망이 같은 능력이 주어졌을 때 우리는 잘 쓸 수 있을까. 거액의 복권이 당첨되었을 때 그 돈을 제대로 못 쓰고 탕진하듯 인생 전체를 잃어버리는 사람들처럼 그러한 능력의 소유는, 결국 모든 것을 갖고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돌고 돌아 깨닫게 한다. 좋은 능력 앞에서도 이야기 전개는 섬뜩하고, 조금은 철학적 성찰을 주는 듯 색다르다.

작가는 전래동화에 엽기적 미스터리를 담아 글을 쓰자니, 그 이야기의 비약적 발전 가능성에 너무나 행복했다고 한다. 한 제목에 하나의 전래동화만이 담겨있지 않고, 어느 틈에 미처 알아채지 못한 여러 이야기가 혼합되어 있다. 이제 문학적 창의성은 전혀 새로운 시나리오의 탄생을 말하는 것에서, 알던 것을 조합하여 미끄러지듯 타고 넘어가는 파도타기 방식의 이야기 전개같이 소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기교적 성과를 말하는 것 같다. 잔혹함을 성장통으로 이해하고 싶다.


매운 엽기 떡볶이와 함께 <전래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엽기부족' 홍정기 작가의 다음 작품이 보여줄 놀라운 무제한 엽기 상상력의 세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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