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7억 - 천의 제국을 만들다
서종식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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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조트, 골프장 등 레저업계에서 직장 생활을 한 서종식 작가는 <1527억>에서 조직 폭력, 살인, 사랑, 배신 등 거액의 돈을 둘러싼 인간의 적나라한 내면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 조직 폭력배에서 천억 대 골프장 사장으로 변신

조직 폭력배의 밑바닥 인생에서 1,527억 명문 골프 클럽의 주인이 된 천두만과 그의 부하 박기대 그리고 골프장을 접수하려는 코스관리 용역회사를 가장한 신연신내파의 도전이 흥미롭다.

* 골프장을 접수하려는 또 다른 조직 폭력배

박광수는 신연신내파의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말했다. “내가 정확하게 읽어주겠다. 그 종이에 적혀있는 숫자는 천오백이십칠억이다.” 대원들은 조용했다. 그들은 그 숫자의 의미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숫자의 의미를 설명하겠다. 천오백이십칠억원이란 일 년에 일억 원씩 1,527년간 쓸 수 있는 돈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너희들의 51대 후손들까지 매년 일억 원씩 써도 된다는 뜻이다.” 오늘 우리가 접수하러 가는 골프장을 돈으로 평가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 1,527억 원을 손에 쥘 것이다!


감정평가액 1,527억 원의 골프장은 주인공 천두만이가 뒷골목 시절에 그의 오른팔을 잃어가면서까지 지켜준 평생의 부하, 박기대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일궈온 것인데 정말 새 발의 피 같은 골프장 용역회사를 가장한 조직 폭력배에서 접수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결국 골프장을 지키기 위해 2세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초로의 천두만과 박기대는 격전의 한판을 위해 수십 명의 깡패들을 물리치려는 계획을 세우고, 다시 젊은 시절의 몸을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보낸다.


오늘날 거부의 꿈을 이룬 60대 후반대의 자화상이라 할 천두만은, 동네 부자의 일을 봐주고 음식을 얻어오던 어머니와 오랜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비를 둔 보잘것없는 가족력에 팔 하나를 잃고 막을 내린 조폭인생이었다. 술주정뱅이를 거쳐 지난날 오직 돈이 생기는 대로 사 모은 땅 덕분에 신분이 급상승하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거액의 골프장 사장이 되지만 풍요 속에 무너지는 본성과 재혼에 따른 2세들의 얽힘 등이 복잡하게 얽혀들어간다.

* 충복 박기대의 배신

골프장 조성과 지분 다툼 속에서 그를 맹 추종하는 박기대에 의해 그의 동업자이자 옛 친구는 물론 재혼한 부인까지 살해되고, 암묵적 ‘형님’으로서의 묵인, 이어지는 진실 추격전, 스토리는 거의 400페이지에 육박함에도 아름다운 골프장 전경묘사와 의문의 만년필, 4색각자인 딸 그림 등을 중간중간 소품처럼 서술하는 방식을 통해 끝까지 궁금함을 가지고 읽게 만드는 작가의 저력이 느껴진다.

팔 하나가 없는 술주정뱅이가 천억 대 자산가가 되는데 어찌 행운이 없었을까. 그 핵심에 충복 박기대가 있다. 그러나 천두만의 죽음에는 회유당한 충복 박기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순간, 박기대가 퍼뜩 제정신을 차렸다. 치명상을 입고 쓰러진 ‘형님’은 그의 본성을 강력하게 일깨웠던 것이다. 뒤늦은 본성의 각성

“나는, 네가...네 등 뒤에 ...있을 때가, 제일...좋았다!”

그리고 마치 자신이 ‘형님’의 등을 고의적으로 잠시 비웠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다는 듯이 ‘형님’은 아프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 상상을 초월하는 돈의 유혹

무일푼 조직폭력배에서 1,527억의 자산가가 되기까지 천두만은 친구를 살해하고 재혼한 아내를 살해한 부하의 살인을 묵인했다. 충복 박기대는 자신을 위해 한 팔을 잃은 두목 천두만을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1,527억이라는 돈의 유혹에 흔들려 천두만의 죽음에 빌미를 제공했다. 골프장 코스관리 용역회사를 가장한 조직 폭력배의 욕망은 말할 것도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상상을 초월하는 돈의 유혹은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배신의 유혹이기도 한 것 같다. 냉정하게 말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돈의 유혹에는 대부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상상할 수 있는 돈의 유혹에 흔들리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언제쯤 돈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메이킹북스 #1527억 #서중식소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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