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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일본 정독 -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
이창민 지음 / 더숲 / 2022년 6월
평점 :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평생 풀지 못할 숙제를 안겨주는 두 나라가 있다면 일본과 북한이 아닐까? 마냥 미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선뜻 받아들일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반일과 친일 사이를, 그리고 반북과 친북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일본 도쿄공업대학교 사회공학과(현재 경영공학계) 교수로 근무한 이창민 한국외국어 대학교 일본학과 교수의 <지금 다시, 일본 정독>은 경제적 관점에서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의 읽기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 가깝고도 먼 나라
한 때 <일본은 없다>, <일본은 있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일본에 관한 책이 유행했지만, 여전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가깝고도 가장 먼 나라에 속한다.
* 일본의 저력 종합상사와 시니세(노포)
무역 중개가 본업이지만 필요하면 제당업이든 선물 거래든 가리지 않고 비즈니스를 확장해 간 20세기 초의 상사들, 결국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세상에 없던 그 무언가를 만들어 냈던 창조적인 상인혼이 바로 일본 경제가 가지고 있는 저력이 아닐까?
세계에서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이 가장 많은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그 숫자는 2019년 기준 무려 33,076개이며 창업한 지 200년이 넘은 기업도 1,34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4대에 걸쳐 12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1896년 창업)이 가장 오래된 기업인데, 삼국 시대에 해당하는 서기 578년에 창업한 곤고구미는 무려 1,400년 동안 지속된, 말 그대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진 노몬한 전투
러일전쟁(1904-1905년)에서 총검 백병전으로 승리한 일본은 총검 백병전을 최선의 전투방식으로 운용하였고, 1939년 최신식 소련군 전차로 무장한 소련과 맞붙은 일본은 여전히 총검 백병전으로 맞선다. 노몬한 전투는 '최신식 소련군 전차를 향해 화염병과 삽을 들고 달려든 일본군'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처절한 패배 뒤에도 일본군의 과거의 전투 방식을 바꾸지 못했다. 소련군보다 더 강한 병력과 화력을 자랑하는 미국과의 태평양 전쟁에서도 일본군은 수십 년간 연마해온 총검 백병전을 고집하였다.
* 아무도 No라고 말할 수 없었던 임팔 전투
버마를 식민지로 정복했지만 임팔을 해발 2,000미터급의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접근하려면 100km 이상의 지옥 행군이 필요했는데, 독불장군 무타구치 렌야 사령관은 인도 진공론을 내세우며 무모한 도전을 선언한다. 결과는 전사자보다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온 참혹한 패배였다. 2015년 도시바의 분식 회계 사건과 2016년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실험 테이터 조작 사건에서도 No라고 말할 수 없는 경직된 조직 문화와 인적 네트워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인적 문화의 폐혜가 그대로 드러났다.
* 장기불황의 늪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우리 나라가 일본을 따라 잡으려면 50년, 100년이 걸려도 쉽지 않을 것이다.'는 말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였다. 격세지감이라고 할까?
일본은 좀처럼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세계에서 7번째로 30-50 클럽에 가입했다. 2021년 7월 국제 연합 무역 개발 협회(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기준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다. 일본에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중소기업이 일본 전체 기업의 99.7%, 고용의 68.8%, 부가 가치액의 52.9%를 차지하면서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무장하고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 경제는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져 전차를 상대로 총검 백병전으로 맞섰고, No라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와 인적 네트워크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조직문화로 인해 그동안의 성공이 실패를 만드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 지금 다시, 일본 정독
한류를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일본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가깝고도 너무 먼 일본을 철저히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퇴(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 친일, 반일, 그리고 극일을 넘어선 일본과의 관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일본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무시하기도 상대하기도 만만치 않은 거대한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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