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정폭력, 위험에 내몰린 청년 노동자, 죽음 등의 주제를 다뤄 ‘다크 그림책 작가’로 불리는 고정순(48) 작가와 어린이 도서 분야 노벨상격인 볼노냐 라가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띠동갑 정진호(36) 작가가 <데면데면한 애정표현 잊지 말아요>라는 프로젝트로 진행한 에세이가 출판되었다. 고정순 작가의 24편 편지 형식 에세이는 <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정진호 작가의 24편 에세이는 <꿈의 근육>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

근육과 뼈가 휘어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고정순 작가는 신약 치료에 지친 상태에서 정진호 작가와 일 년 동안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현대의학보다 쓰는 행위에 더 의지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고정순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마종기 시인과 가수 루시드 폴이 2년 간 주고 받은 <아주 사적인, 긴 만남>이 떠오르면서, 두 작가의 에세이가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 초(라한) 능력

작가는 이어폰을 끼고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달려온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넘어진 경험을 토대로 초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땅을 짚고 일어서는데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군요. 이렇게 날 피해간 불행이 얼마나 많았을까? 어쩌면 내게 초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날 찾아오지 않은 행운보다 날 피해 간 불행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 시시하죠?'

* 슬픔의 모서리

SNS로 친구들의 안부를 접하면서 편리함이 그리움을 이긴 건 아닐까 걱정하는 작가는, 천문학자에게 별과 같은 존재인 독자를 위로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 그런 글쓰기를 통해서 작가와 독자는 슬픔을 견디어낼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 나는 알고 싶어요. 아파하는 별을 만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위로가 될 무엇이 있기나 한 것인지.'


--- 24시간 365일 떠나지 않는 통증과 함께 살아가는 작가. 작가가 되기 위해 13년을 준비한 작가. 영원히 머물고 싶은 한순간은, 사랑했던 털뭉치 친구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작가.

'나는 앙투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가 마지막으로 비행했다는 곳에 가 볼 생각이에요. 그게 나의 마지막 꿈이에요.'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당신의 작가이길 바라는 고정순 작가의 마음속에 품었던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작가의 마음속에 꽃이 피는 순간, 끝나지 않은 작가의 다음 편지를 받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에세이 #서평단 #모집 #길벗어린이 #시치미떼듯생을사랑하는당신에게 #고정순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