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는 유전자 -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대하여
요아힘 바우어 지음, 장윤경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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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창조론이냐 진화론이냐는 논쟁은 늘 제자리 걸음을 하는 질문들이다. 이제는 그 대결이 유전자로까지 확대된 느낌이다.


1976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세기적 문제작으로 떠올랐는데, 독일 출신 신경과학자이자 내과 의사 및 정신과 의사인 요아힘 바우어의 <공감하는 유전자>는 그에 대한 반론을 펼치고 있다.

* <이기적 유전자>에 던지는 도전

'전 생물은 물론이고 인간을 설명하는 우세한 원칙으로 이기주의를 내세우려는 시도는 1976년 리처드 도킨스가 펴낸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본격화되었다. 이 저서는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자본주의로 인해 생물학적 정당성을 얻었다. 저자는 사회진화론을 지체 없이 바로 유전자 영역으로 옮겼다.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를 연구한 학자가 아니다. 따라서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그의 논제는 근거가 빈약하다. 하지만 불행으로 가득한 그 책의 결론은 지금껏 철회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나는 직업상 유전자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 내게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도킨스의 주장은 다소 터무니없게 들린다.

--- 2013년 영국의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지가 독자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지성’ 1위에 오른 바 있는 리처드 도킨스의 반론이 궁금하다.

* 공감하는 유전자

유전자는 단독으로 또는 여러 다른 집단 안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약하게 또는 강하게 활성화되기도 한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결정적인 것은(몇몇 예외를 제외하고) 누군가가 '좋은' 또는 '나쁜' 유전자를 물려 받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개별 인간의 삶 속에서 유전자의 활동이 어떻게 조절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좋은' 그리고 '나쁜' 유전자가 있다는 이 단순화된 학설로 인해 사람들은 모든 결함을 유전 탓으로 돌렸다. 이는 우생학과 인종주의 그리고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의 말살' 같은 범죄적인 결말을 이끌어냈다. 이 세상의 인종이 게놈(유전체)에 따라 각기 다른 가치를 지닌다는 가설 또한 인종주의의 비참한 착오에 속한다.

- 인간의 몸은 심리적인 것을 신체적인 것으로 변화시킨다. 인간이 사회적 혹은 심리적으로 맞닥뜨리는 현실과 신체 반응 또는 유전자 변화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증명하는 다수의 연구 결과들이 있다. 몸과 마음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심신의학적 견해는 많은 분야에서 주목하지 않는다. 건강에 해를 끼치는 사회심리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는 일은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의 번창에 방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유전자는 도덕성을 만들지 않지만 선을 가능하게 한다

유전자는 인간에게 선을 강요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유롭다. 인간은 선뿐만 아니라 악을 행할 자유도 있다. 하지만 유전자는 의미 지향적인, 인간 유대적인, 사회 친화적인 삶의 태도에 반응한다. 유전자는 선에 '호의적'이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을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또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쉴 수 있다. 사랑 없는 삶을 영속적으로 살게 된다면 일을 잘 해내기 위해 필요한 동력을 언젠가 잃게 된다.

우리 몸의 관점에서 사회적 결속은, 특히 어려운 시기에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긴밀한 유대의 상실은 하나하나 엄청난 힘이 소모되는 사건으로 질병을 유발한다. 나이든 사람의 경우는 심지어 치매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 자연에 대한 공감

인간은 공감적 관계를 맺지 못한 대상은 결국 보호하지 않는다. 이러한 원칙은 부부나 연인,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환자와 의사 사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자연은 인간의 건강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다. 자연과의 관계는 우리 인간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리는 같은 인간들과의 공감은 물론이고 자연과의 공명도 필요하다.

* 병에 걸려도 '좋은 삶'이 가능할까

헛된 희망을 가지지 말되, 헛된 절망도 가지지 말자.

* '좋은 삶'을 위한 정치적 조건

높은 톤으로 도덕적 목소리를 내며 높은 수준의 도덕을 요구하는 정치인 및 종교 지도자들은 매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그리고 국가를 대표하는 자)의 임무는 도덕을 전파하며 설교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 인터넷과 인간 사이의 연대

인터넷이 인간의 연대라는 문화를 불러왔다는 주장이 있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새로운 기술은 우리의 잠재력을, 인간다운 공존을 방해했으며, 우리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젊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한 연구를 보면, 평균 수준으로 인터넷을 사용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을 사용한 사람들이 세 배 이상으로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선하도록 정해졌으나 선천적으로 선하지는 않은 존재

인간이라는 종을 향해 '근본적으로 선하다.'고 하는 말 또한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범죄를 생각하면 그리 동의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이라는 주장도 무언가 부족하다. 사람들이 악을 행하고, 비정하게 굴며, 같은 인간을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

--- 요아힘 바우어의 <공감하는 유전자>는 인간의 유전자가 선하거나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과의 지속적인 공감을 통해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해로운 자신의 사업이 방해받지 않으려고 지구 온난화를 부인하거나,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에 방해받지 않으려고 건강에 해를 끼치는 사회심리적 측면을 애써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존재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을 위해 타인의 이익을 침해하고, 인간을 위해 자연을 파괴한 결과는 무엇일까? 코로나 펜데믹은 그러한 인간의 행동에 대한 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와 같은 운명을 지닌 인간과 생명의 원천인 자연에 공감하지 않으면서 파멸을 피할 수 있을까?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이 전쟁과 환경파괴로 이어진 역사를 돌이켜 보건대,

가장 이기적인 행동은 공생을 위한 가장 이타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자기개발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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