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난 물고기 모어
모지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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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는 MORE고 毛漁다.

나는 나를 남성이나 여성

이분법적 사고로 나누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있고 없고

그저 인간이다

"나는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없다

누구든 나를 무엇이라고 규정하길 원치 않는다.

나는 그저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평범한 사람이고 싶다.

나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고 싶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발레를 전공했던 모지민 작가의 에세이집 <털난 물고기 모어>는 스마트폰 메모장에 쓴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일까 거칠고 적나라하다. 황인찬 시인은 그런 모지민 작가의 글을 자신이 본 글 중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글쓰기라고 표현한다.

* 나의 아름다움과 세상의 아름다움

'어미 배 속에서부터 구더기를 씹어 먹고 세상이 규정한 성에서 조금 다른 색을 가지고 나온 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무기징역형 불행이었다. 유년기는 치욕으로 얼룩져 있다.'

어려서부터 춤추기를 좋아하고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쓰는 걸 좋아했던 작가는 두꺼운 철로 된 세숫대야 받침대에 머리를 간신히 집어넣었다가, 아빠와 여러 사람들이 톱으로 쇳덩어리를 썰어서 겨우 빠져나온 경험담도 남다르다.

'느그 아들은 참말로 희한하다. 저걸 뭔 염병한다고 뒤집어썼을끄나."

"그랑께야 저것이 커서 뭐가 될랑가 모르겄다." 그러나 아빠는 '너는 왜 다른 모시마들처럼 굴지 않느냐'고 단 한 번도 묻지 않았고, 엄마는, "나는 우리 지민이가 암시렇지도 않은디, 왜 사람들은 가시내냐 모시매냐 하는지 모르겠씨야."

사람들이 말하고자 하는 아름다움과

내가 말하는 아름다움이 왜 다른지 생각해보았다.

* 드래그 아티스트

발레리노가 아니라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모지민 작가는 한예종 무용원 발레 전공 출신으로, 2000년에는 이태원 트랜스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드래그퀸(스커트, 하이힐, 화장 등 옷차림이나 행동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이 되었다.

'처음으로 힐과 가발을 썼다. 이것이 내 운명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겠지.'


2019년 6월 뉴욕에서 열리는 스톤월 항쟁 50주년 공연에 초대받아 뉴욕 전위예술의 메카 라 마마 실험극장 무대에서 공연했다.


2020년 여름, 살다 살다 처음으로 대낮에 누워보았다

편하고 좋았고

하루 종일 빈둥거려도 세상은 무사했다


세상만사에 관심 없는 척

외롭지 않은 척해 보았다

그런 허세도 있는 법


* 낮은 곳에서 힐을 신고 높은 곳에서 토슈즈를 신고

저는 무대에서 아주 잠시 번쩍거리기 위해 버티는 것 같아요. '쟁이'로 사는 건 웃기고 슬프고 고단해요. 또 어떤 순간은 숨 막히게 아름다워서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겠어요. 이번 생이 이 팔자라면 그 개 같은 운명에 백기를 들고 순리로서 살아가야지요.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아름답고 처량하다 생각이 들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요.


2017년 5월 24일 시베리아가 고향인 남편 줴나(예브게니 슈테판)과 결혼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는 모지민 작가는 23년째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삶은 다큐멘터리 '모어'로 제작되어 6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세상이 규정한 성과 다른 색을 가지고 태어난 모어의 아름답고 끼스러운 삶이

찬란하게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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