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헨치 1~2 - 전2권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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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서문이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을 자이루스에게 바칩니다.

천국에 가서도 당신 손은 알아볼 수 있어.'

악당 기지로 출근하는 여자 <헨치>의 작가 나탈리 지나 월쇼츠Natalie Zina Walschots는 '슈퍼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처럼 세상을 구하는 슈퍼히어로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관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들을 보면서 통쾌함을 느꼈는데,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삼국지를 읽으면서 관우와 장비가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와 장팔사모(丈八蛇矛)를 휘두르면서 적군을 추풍낙엽처럼 쓸어버리는 장면을 읽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나라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징집되었다가 어이 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병사들의 운명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 빌런(악당, villain )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헨치(악당의 편에 서서 온갖 잡일을 하는 프리랜서, HENCH) 애나는 자신의 보스 E가 시장의 아들 제레미를 납치해서 협박하는 기자 회견장에서 들러리를 섰다가, 때마침 나타난 슈퍼영웅 슈퍼콜라이더에 의해 공중에 들렸다가 심각한 다리 골절을 입게 된다. 꼼짝할 수 없이 친구 준의 집에 혼자 있게 된 애나는 슈퍼히어로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 사례를 분석해서 '부상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날 기자 회견장에 머무른 짧은 시간 동안 슈퍼 히어로는 우리 모두에ㅐ게서 도합 152년의 수명을 앗아갔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무리 거지 같다고 해도, 그건 우리의 시간이다. 스스로가 정의의 심판이며 악의 처단자라고 믿는, 망토 두른 개자식 한 명 때문에 우리의 시간이 송두리째 빼앗겨서는 안 된다.'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허리띠를 졸라가며 마련한 건물을 히어로들이 아무 생각 없이 뚫고 지나가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돌무더기로 전락했다는 사연'

'자신이 일으킨 인적 피해와 물적 피해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끊임없이 세상을 파괴하고 있는 히어로들의 기만성, 그리고 내가 가장 증오하는 슈퍼콜라이더. 그는 내 삶을 위태롭고 삭막하게 만든 재앙 그 자체였다.'

결국 애나는 '부상 보고서'를 눈여겨본 슈퍼 악당 레비아탄의 최측근이 되어 숨겨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렇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 법이듯이 슈퍼악당의 최측근이 된 애나는 절친한 친구 준과 이별하게 된다.

"사람들은 위험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까 봐 두려워해. 알잖아, 폭력이 전명되다는 사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히어로들이나 그 조수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두려울 것 같지 않아?"

"왜죠?"

"우리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야."

나는 숨이 턱 막힌 듯한 소리를 냈다.


애나는 슈퍼히어로를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슈퍼히어로 주변의 취약한 점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공격을 전개한다.

슈퍼히어로 슈퍼콜라이더와 슈퍼악당 레비아탄의 대결, 슈퍼콜라이더와 그의 아내 퀀텀의 결별, 그리고 슈퍼콜라이더의 스승 닥터가 등장하여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은 흡사 서양판 무협지를 읽는 것 같이 흥미진진하고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생계를 위해 악당 기지에서 일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 악당을 물리친다고 모든 것을 때려부수고 사람을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슈퍼히어로의 정당성 또한 의심스럽다.

악을 긍정할 수는 없지만, 악을 처단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저지르는

파괴와 살상 또한 정당화될 수는 없다는 작가의 관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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