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윤소희 지음 / 행복우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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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KBS 24기 공채 아나운서, 시카고 대학교 경영학 석사, 경영컨설턴트, 사랑을 쫓아 중국에서 거주. 새벽 3시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자유로운 영혼의 작가가 쓴 78편의 새벽을 깨우는 독서와 사유의 기록이 향수를 살짝 뿌린 얇은 손수건처럼 읽는 내내 78가지 색깔의 향기로 유혹한다.

In books lies the soul of the whole past time. - Thomas Carlyle

책에는 모든 과거의 영혼이 가로누워 있다.

* 책으로 만나는 세상, <그냥, 사람> - 홍은전

나는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을 알아가는 사람이다. 이 방법은 가장 안전한 방식이기에 조금은 비겁한지 모른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보면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인다. 가까이 들여다 보고 정말 '알기' 시작하면, 고통스러워진다.

"어떤 삶은 내 안으로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지만 어떤 앎은 평생 쌓아온 세계를 한 방에 무너뜨르며 온다." 진짜 '알고' 싶기는 했던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 경계에 서서 , <길은 여전히 꿈을 꾼다> - 정수현

하지만 어디를 가든 내가 서 있는 곳이 곧 '경계'였다.

외줄 타기를 하듯 늘 위태로웠고

결국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는

'경계'를 품에 안고 돌아오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경계에 서서...

길을 꿈꾼다.

* 반짝이는 삶, <프리즘> - 손원평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언제였든, 어디서든, 얼마나 길고 또 짧았든...

반짝일 수 있으면 족하다.

* 무딘 가슴을 떨게 하는 일이라면, <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 홍예나

몹시 더딘 데다 자주 쉬기도 하지만, 꾸물꾸물 기어가듯 바이올린을 배운다. "손이 굳어도, 늦게 시작해도, 여러 가지 핸디캡이 많아도, 머리가 안 좋아도, 손이 작아도 '시간의 힘' 앞에서는 모두 무력화되는 경우를 무수히 보아왔다."는 저자의 말을 믿기로 한 것이다.

무딘 가슴이 다시 설렐 수 있다는데, 불륜보다 천 배 만 배 낫지 않은가.

*당신의 빨강은 안녕한가, <빨강의 자서전> - 앤 카슨

당신의 빨강은 안녕한가.

부디 '빨강' 날개를 뽑아 버리는 대신 살짝 숨기는 정도로 버텨 주기를...

가끔 미친 척 꺼내 펴 보기도 하면서.

* 존엄한 인생, <존엄하게 산다는 것> - 게랄트 휘터

자신의 존엄성을 인식하게 된 인간은 결코 현혹되지 않는다. 존엄한 인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존엄하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 쓸모없는 것,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돼고 싶었다> - 페터 빅셀

행복은 어쩌면 이런 쓸모없는 것들에, 무용한 것들에 있는 게 아닐까.

효용이나 경제적 가치와는 관계없지만, 순수하게 삶의 기쁨을 위해 누리는 소소한 것들이 결국 우리를 좀 더 사람답게 살게 하는 건 아닐까.

*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저지대> - 줌파 라이히

'어떤 생물은 건기를 견뎌낼 수 있는 알을 낳'기도 하고, '또 어떤 생물은 진흙땅에 몸을 묻고 죽은 체 지내면서 우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정말 사랑일까, <시인, 목소리> - 김소형 외

아내는 남편 때문에 원치 않음에도 여기로 왔고, 아이는 부모 때문에 원치 않음에도 여기서 살았고, 남편은 아이 때문에 원치 않음에도 여기 남았다면 도대체 이 가족은 왜 여기 있는 걸까. 사랑하기 때문에 모두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건 정말 사랑일까.

* 혀는 틀리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중독> - 함정임

여자들은 종종 키스를 한 후, 이 남자를 더 만날 지 그만 만날 지 결정하기도 한다.

* 침묵이 결코 우리를 지켜줄 수 없음을, <김지은입니다> - 김지은

"악이 승리하려면 선한 자들이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영화 <갱스터 스쿼드> 중>

* 끝없이 부유하는 인생에서, <작은 보석> - 파트릭 모디아노

살아가는 내내 곁에 머물면서,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실망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최근에 번아웃을 경험한 작가는 마음이 문제니 마음을 먼저 다독여야할 것 같지만, 작가의 경험으로는 먼저 몸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위로는 우선 입으로!

지난주 토요일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추도식을 하다가 고인을 생각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않았을 때, 작가의 '위로는 입으로'가 생각이 났다. 그 순간에는 분위기에 눌려서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식사를 하자고 소극적으로 이야기 한 후에, 추도식이 끝나고 나오면서 뜬끔없이 "위로는 입으로"라고 이야기하니까 반찬가게를 하는 제수씨가 의미를 알아들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 '위로는 입으로'를 알아 들었구나라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가 웃음을 지으면서 설명을 해준다. '위로는 입으로'라고 했을 때 제수씨가 웃은 것은 입으로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의미의 입으로가 아니라, 말로만 한다는 입으로였을 것이라고. 아 우리말의 난감함이여.

* 리뷰의 제목은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편에서 하마터면 결혼을 못할 뻔했던 작가의 실제 사연을 읽으면서 떠올랐다.

새벽독서 10년 경력의 윤소희 작가의 다양한 독서와 사색이 주는 위로가 고맙다.

위로는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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