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티켓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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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으로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빅티켓>(원제 THE TICKET)에서 주인공 잭 파커가 처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우리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천연두가 마치 돈이라도 찾는 듯 마을을 휩쓴 상황은 우리가 처한 코로나 상황과 비슷하다. 그런 상황에서 부모님은 하루아침에 천연두의 희생양이 되고, 남은 여동생 룰라와 잭은 천연두를 피해 선교사 출신의 할아버지와 캔자스에 있는 고모할머니를 찾아간다. 그러나 엎친데 덥친 격으로 할아버지가 은행강도들에게 죽임을 당하고 여동생 룰라는 납치를 당한다.


졸지에 고아가 된 것도 부족해 할아버지마저 흉악한 은행강도에게 살해당하고 여동생마저 납치를 당해서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잭에게 구원을 손길을 내민 것은 무덤을 파주면서 살아가는 흑인 유스터스 콕스였다. 못 미덥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잭은 흑인 유스터스와 유스터스와 함께 살아가는 냄새나는 돼지 한마리, 그리고 난쟁이 쇼티와 함께 여동생 룰라를 구출하기 위해 추격에 나선다. 악명높은 은행강도에 비해 잭과 그 일행은 초라하기만 하다. 게다가 중간에 만난 사창가 여인 지미 수까지 도무지 이런 조합으로 은행강도를 제대로 쫓아가서 여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 설령 여동생을 구한다 하더라도 여동생은 어떤 끔찍한 일을 당했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에드거상 수장작인 <밑바닥, Paradise Sky>의 작가인 조 R. 랜스데일은 거침 없는 내용과 문장으로 잭이 처한 곤경을 묘사하면서 극적인 긴장감을 높여간다. 작가는 때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처절하게 부닥치는 것이 곤경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는 험난한 여정 뒤에 극적인 반적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독자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충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또 다른 방식으로 잭과 룰라가 처한 상황을 해쳐나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너무 잔인하고 너무 거칠고 너무 직설적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처한 상황이 소설보다 더하기도 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마지막 잭의 독백이 인상적이다. 

'별들과 그 상이 암흑을 바라보자니 좀 희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과 천국, 하프와 천사에 대핝 나의 오래된 관념은 내가 보고 있는 이 모든 것에 비해 너무나 작았고, 저 위의 암흑과 거기 뿌려진 별들은 하나님보다 더 크고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에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진정으로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이상하고 멋진 무언가의 일부라고 느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생각은 전혀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빅티켓>은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재미도 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다. 작가의 대표작인 <밑바닥>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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