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하고 싶다 잘
조종상 지음 / 도서출판소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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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과 반역
성경에 등장하는 인간들이 하늘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쌓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번역이라는 고단한 작업은 불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바벨탑을 쌓기 전에는 모든 인간의 언어가 한 가지였는데, 하늘까지 높아지려는 인간들의 오만한 행동에 분노한 신께서 인간들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리셨고. 결국 인간들은 말이 통하지 않게 되자 불신과 오해 속에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번역은 신의 저주에 도전하는 반역이 아닐까하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 서문
번역가이자 번역회사 및 출판사의 대표인 저자의 충고가 영어 어린이에게는 마음에 와 닿는다.

‘번역을 하고 싶은가? 번역가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 길이 긴 여행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염두에 두기 바란다’

* 입문
이 책은 우리 모두 다 들어봤지만, 막상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예문으로 24강의 강의를 진행한다.

작품의 첫 문장 He was ~ gone eight-four days~
에 나오는 go를 당연히 ‘가다’라고 생각했는데, ‘견디어내다’, ‘지내다’, ‘살아내다’로 번역하니까 문장이 매끄러웠다. 간다는 것은 견디기도 하는 것이라는 말이 의미 심장하다.

번역은 모든 지식을 머리에 담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고, 번역은 검색(search)이기도 하다는 조언이 위로가 된다.

* 교정
번역의 화룡정점은 교정이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400번 퇴고하면서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는 심한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작품을 교정도 없이 직역한다는 것은 오역의 지름길이자,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 것 같다.

* 번역
번역 실습 시간이다. 이론은 이론일 뿐 이제는 실전의 시간이 왔다. 그러나 영어 어린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 다음을 기약한다.

* 번역의 한계
번역은 창작의 범위에 속하는 일이고, 100%를 지향하지만,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닥여준다. 작품을 쓴 작가도 완벽하지 않았을텐데, 번역가가 완벽하면 그 또한 결례가 아닐까하는 군색한 변명을 생각해본다.

* 번역 입문자를 위한 조언
1. 번역 교육기관, 어학연수 등 번역 관련 교육 이수
2. 번역 일감 제공할 수 있는 지인 활용
3. 신뢰할 수 있는 번역회사 찾아 구애

—- 성경을, 고전을 자신의 실력으로 반역해서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만, 자칫 오역 잔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성별차이로, 이념차이로, 세대차이로 소통이 어려운 우리사회에서는 가슴을 치며 속을 태우기 보다는, 상식 이상의 외국어를 번역하는 것이 훨씬 행복한 삶일지도 모르겠다.

번역을 하고 싶다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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