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모스 부호 청소년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 별 1
김민지 지음 / 도서출판 별을품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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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도서출판 성득의 청소년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 별1.


코로나로 인해 수학여행도 야간 자율학습도 경험하지 못한 고등학교 2학년 김민지 작가의 '밤의 모스 부호'에 나오는 시와 에세이를 많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 등교길에 자주 마주쳤지만, 한 마디도 건네보지 못한 여고생을 다시 만나서 속마음을 듣는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 에세이 6

버스에서 한 청년이 경찰 대신 취객을 제압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제목만 보고 화려하게 취객을 제압하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었다. 기사를 읽자마자 죄책감이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 청년은 경찰이 쩔쩔매고 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를 껴안았다. 아저씨는 전과는 다르게 팔을 내리고 청년에게 기대어 안겼다. 포옹으로 취객을 제압한 셈이다. 반성과 함께 마음이 뜨거워졌다. 한 청년의 포옹이 그날 아저씨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고1 때 교내 백일장에서 시 두 편으로 금상을 받았던 작가의 통찰과 감성이 빛난다.

* 위로

사람은 자세히 봐야 해

자세히 보면 흐릿한 멍도 있고

어디서 베인 상처도 있고

시간이 애써 지워본 흔적도 있지

그걸 보면 그냥 꼭 안아줄래?

* 감나무의 최후

땅에 떨어진 감 사이로

시커먼 개미들이

얼굴을 파묻는다

떨어진 감나무를 내려다보면서

안타까워 웃으며 혀를 차대던 감은

내일 감나무 주인에게

한입에 먹힌다

* 마음 창고

나는 가난하지 않습니다

아직 빈 공간이 있습니다

나는 가난합니다

이젠 빈 공간이 없습니다

- 에세이 9

티비에서 시한부가 나오는 다큐를 보면 밤에 너무 울어서 이튿날 아침 눈이 퉁퉁 부은 채로 학교에 갔다.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뼈로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들은 사랑한다. 왜 우리는 그들보다 시간이 많음에도 사랑하는 것에 인색하게 구는지 반성했다.

가슴 속에 누군가 깊이 영원하게 살아있을 수도 있다. 영원하지 않은 것도 사랑이고 영원한 것도 사랑이다. 그래서 내 친구들, 가족, 선생님, 주변 사람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다쳐도 너무 무너지지 말고, 후회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영원하지 않기에 기쁘고 슬프니까.'

- 에세이 10

사랑은 작은 종말에서부터 큰 종말을 막아준다. 아기 때는 엄마 아빠가 싸울 때 아빠 핸드폰으로 엄마에게 '사랑해'를 보내고 엄마 핸드폰으로 아빠에게 '사랑해'를 보내서 두 분이 화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들키긴 했지만 말이다.

* 의거

어디서 큰불이라도 났는지

먹구름이 하늘 전체를 덮었다.

한동안 비가 오겠구나

김민지 작가는 국가폭력과 불의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취한다.

'국가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폭력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나는 내가 본 것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 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 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 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


* 나

물었다

나는 어떤 사람 같애?

......

정의할 수 없다

나를

너를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기 주장만 일삼는, 소위 꼰대라고 일컬어지는 기성세대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작가와 교신할 수 있는 별은작가의 시 제목 '등 돌린 어른'은 아닐 것 같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 도서출판 성득의 청소년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 '별을 품다'는 김민지 작가의 시와 산문으로 구성된 별 1호를 시작으로 소설 창작 별 2호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 기획을 통하여 김민지 작가와 교신할 수 있는 수많은 별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머지않아 우리 문단과 다음 세상은 신기하고 아름다운 별들로 반짝일 것 같다.

# '별품'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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