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인 - 상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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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박영규 작가의 활인 1권을 읽었다. 배경은 조선개국 초기로 활인원(活人院)에서 의술을 행하는 의승(醫僧) 탄선(坦宣)과 여제자 소비(召非) 그리고 시신을 다루는 천민(仵作人) 노중례가 등장한다. '역병이 창궐한 마을에서'로 시작해서 '생모의 돌무덤 앞에서'까지 읽는 내내 손에서 책을 뗄 수가 없었다.

역병이 창궐한 마을에서를 읽으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가 떠올랐다. 600년 전에는 마을 단위로 발생했던 역병이, 현재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 그 당시와 달라진 점이었다.

고려왕조에서 의관이었던 탄선은 위화도회군으로 고려왕조가 멸망하고 조선왕조가 들어서자 두 왕조를 섬길 수 없다며 벼슬을 버렸다.

탄선은 부릅뜬 눈으로

그 세월을 묵묵히 지켜보며

오직 사람 살리는 일에만 매달렸다.

그것도 부처의 옷을 입고 의술을 앞세워

역병과 싸우며 건져낸 목숨들이었다.

목숨 앞에선 내 편도 남의 편도 없었다.

누구의 목숨이든 상관 없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탄선의 여제자 소비와 시신을 다루는 천민에서 탄선의 제자가 된 노중례를 보면서 탄선은 이렇게 생각했다.

'하늘이 낸 인재는 결코 사람이 만든 신분과 제도의 틀 속에서

가둬둘 수 없는 것이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탄선이 세종대왕이 될 충녕대군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대군께서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목숨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나라와 나라님은 그 무엇보다도 백성의 목숨을 첫째로 알아야 합니다.

바로 활인이 나라와 군주의

첫번째 소임이라는 뜻이지요.

나라와 군주뿐 아니라 유학자와 불교의 중이 해야 할 첫번째 소임도 바로 활인입니다. "

'어릴 때부터 지켜봐왔던 부왕 이방원의 길을 돌이켜보면 살인의 길인지 활인의 길인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부왕은 왕위에 오르기 위해 숱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았다. 부왕뿐 아니라 조부 이성계도 조선을 개국하기 위해 숱한 목숨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것이 모두 백성을 위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일신의 영달을 위한 일이었을까? 특히나 부왕 이방원은 외가를 몰락시키고 외삼촌들을 모두 죽였다. 그것도 정말 백성을 위한 일이었을까?'

600년 전에도 역병이 창궐했고, 군주는 사람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사람을 죽였다.

우리는 사람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동물과 자연을 죽이지 않았을까? 그 결과 코로나, 미세먼지, 기후위기로 이제는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닐까?

600년 전 활인(活人)을 통해서 오늘의 우리를 살리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억울한 살인 누명을 쓴 아버지 노상직의 죽음으로 일순간에 천민이 된 노중례와,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의 손녀에서 무당의 딸로 전락한 소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하권이 자못 궁금해진다.

출판사 교유당에서 가제본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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