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악마 이삭줍기 환상문학 5
자크 카조트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림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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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주며 헌신하는 아름다운 악마를 거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2006년에 초판이 발행된 18세기 환상 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프랑스 작가 자크 카조트의 작품이다.

  

겁 없는 인간과 하인으로 등장한 혼령 간의 거래로 출발하여,

귀족 출신의 남성과 악마가 분신한 여성,

이성적 분별력과 참기 어려운 욕망적 사랑이 줄거리 내내 팽팽하게 전개된다.

 

* 비밀스런 주문으로 나타난 무시무시한 악마.

여기에 맞서는 남주인공 알바로는 그야말로 용기백배하여 대면한다.

엄청나게 기괴한 악마는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아름다운 여인의 외모로 

끝없이 유혹하고,

나는 그녀를 내 사랑 비온데타라고 불렀다. 그녀는 나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나는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 있었다. 그녀의 눈길은 나를 향하여 선회하였다. 내 눈은 눈물로 넘쳐흘렀다.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짓는 그녀의 그 표정, 그 우아하고 아름다운 표정은 도저히 그림으로 묘사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기막히게 잘 만난 최고의 미남 미녀임에도 이상하게 평행선을 그리며, 알바로는 비온데타의 미모와 끝없는 유혹에 늘 넘어가지 않고, 홀어머니의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먼 길을 함께 가기도 하고, 악마임을 알기에 두려워하며, 홀로 가다가도 용케도 다시 얽히는, 스토리는 가히 이상하리만치 점잖게 신중하게 전개 되다가.....절정과 결말 부분은 어? 내가 무엇을 본 것이지? 하는 극적인 반전과도 같은 부분을 마주치게 된다. 그것이 환상인가. 글로 분위기로 묘한 경험을 하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알바로의 독백과도 같은 느낌.

난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꿈만 같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과연 이것과 다른 것일까? 

난 다른 사람보다 좀 더 특별하게 꿈꾸고 있을 뿐이다......”

   

이 절실한 기도를 힘주어 발음하면서 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리고 대답을 얻으리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그 자세로 기다렸다. 

그만큼 나는 성심을 다하고 있었다......

너의 열정과 너 자신 사이에 상당한 거리를 두어라.

그리고 거기에 완수해야 할 의무를 놓아라’....”

 

사실 이야기는 흔들리지 않으려는 인간과 흔들리게 만들 모든 것을 가진 악마와의 한판 대결이 인생 전체에 걸쳐 있음과 거기에 의지처로 성모마리아, 여행 중의 모든 사건을 고백성사처럼 들어주는 신부님 같은 존재 등 모든 글에 상징과 은유가 가득하다.

   

카톨릭 교리를 정점으로 한 중세적 가치관과 악마가 문학소재로 자주 등장하던 시대적 사조를 이유 있게, 감각적 쾌락보다는 이성적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서 이 소설에 대한 해박한 구조적 설명이 역자 최애영에 의해 드러나는 수수께끼 풀이식으로 첨부된 뒷부분 작품해설을 읽는 재미도 훌륭하다. 그러나 이 소설을 직접 읽으며 접어드는 결말 부분은 더욱 진귀하다.

    

*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작가 자크 카조트는 1719년 프랑스 출생으로,

  혁명의 공포가 휩쓸던 1792년 단두대에서 생을 마쳤다.

   

, 나에게 모든 것을 주며 헌신하는 아름다움 비온데타! 

내가 만나는 비온데타는 현실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이 꿈과 다른 것일까?

나는 꿈보다 더 특별하게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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