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정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그렇듯 슬픔은 지금을 쓰고 사랑은 과거를 쓴다는 정현우 시인의 에세이는 유년 시절의 가난과 부모님의 질병, 그리고 군대 친구 수의 자살 등 슬픔으로 가득 채워져서 읽는 내내 무거운 기분이 떠나가지 않았다.

‘내가 숨 쉬는 동안 엄마라는 단어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안 되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의 메모장을 통해 ‘엄마에게 받기만 했던 당신의 시간, 손길, 눈빛들, 모든 것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미안했다’는 시인은 끝내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짧게 부를 수 있는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슬픔은 사랑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지우려 애써도 희미한 자국을 남긴다’는 시인은 휠체어를 타고 있던 정미도, 작은 강아지도, 함께 여름밤을 새웠던 고양이 묘묘도 잊지 못하고, 돌아보면 그리운 날들이 모두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인생은 아주 초라하면서도 아주 특별한 꿈을 사는 것.
보이지 않는 슬픔의 물속에서
나의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것.

우리는 모두 피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타고난 존재임을 시인은 직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메세지를 잊지 않는다. ‘결코 잊지 말기를. 우리는 다시 쓰일 수 없는 기적이라는 걸.

슬픔에 총량이 있다면, 그 무게가 치우치지 않게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했지만 어떠한 슬픔이 있을지라도 함께 했던 순간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기를 바란다. 슬픔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고, 사랑은 기억하는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