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명_울새
김수영 외 지음 / 마요네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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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명 울새를 읽고

 

폴더명 울새는 5명의 작가들이 엮어내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SF소설 같았다. 기존 장편소설만 머릿속에 각인된 사람으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속내가 기가 막히게 내 마음과 같았고, 사람들의 겉모습과 다른 속마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들려주기도 하였다.

 

특히나 신기했던 것은 5명의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직전 작가의 작품을 이어서 쓰는 방식의 속편이 짧게 이어지는 것인데, 이 방식은 새롭기는 했으나 사실은 원작가의 찰떡같은 이야기 전개보다는 다소 약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색다르게 해석해서 불러주는 것처럼 작가들의 다른 작가의 작품 이야기 이어쓰기도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색다른 시도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여러 이야기 중 가장 공감하면서 읽은 이야기는 책의 가장 첫 번째인 작품인 도수영 작가의 트와일 라잇 존이었다. 책 내용 중에 당근마켓이 등장했을 때는 웃음이 나오면서 생활밀착형 작품임을 직감했는데, 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 작가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박이강 작가의 파라다이스 리조트는 일밖에 모르는, 우아하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성마르고 까칠한 중간보스인 여주인공의 좌충우돌 휴가프로젝트를 그렸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계획이라 시작부터 끝까지 난항을 거듭하며, 절묘하게 심정을 드러내는 것이 실감이 났고, 오선호 작가의 이어쓰기도 흥미로 왔다. 특히, 휴가 가는 사람들의 책에 관한 부적절한 선택들에 관한 내용은 공감 백배였다. 도덕경을 들고 휴가를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을 줄이야.

 

그리고 오선호 작가의 배다흰은 처음에는 주인공의 지갑에서 떨어진 사진이 잃어버린 엄마의 낡은 사진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연예인 우상에 대한 끊을 수 없는 굴곡진 이야기 전개와 그보다 더욱 심한 극성팬을 만나서 그들만의 공감을 우정처럼 나누는 장면은 낯선 세상을 몰래 훔쳐본 듯한 느낌이었다.

 

그 외에 도수영 작가의 한국에서 온 남자는 사파이어와 아쿠아마린이라는 비슷하면서도 가치가 다른 보석 이야기로, 박이강 작가의 어쩌다 메리크리스마스역시 전화 속 여인의 신길동과 외국인의 슁길똥으로, 최원섭 작가의 진구에게 듣고 싶은 말은 기린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5명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한 권으로 만나는 즐거움과 함께, 직전 작가의 작품을 릴레이 경주처럼 이어서 전개하는 방식이 새롭고 신선했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작가들에게 감사드린다.

나를 책상 앞에 앉게 하는 자극제는 심장이 떨릴 만큼 멋진 글들이었다. 로리 무어, 주노 디아즈, 이윤 리, 조지 손더스 같은. 내가 읽은 것들이 나를 자극시켜 책상 앞에 앉게 했음에도 내 손끝에서 나오는 것은 처참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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