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3년전 100만 독자를 사로잡았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전면 개정되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지만 드레퓌스 사건, 러시아혁명, 대공황, 히틀러 같은 20세기 세계사의 11가지 사건들은 우리 역사 속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드레퓌스 사건을 읽으면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떠올랐고, 러시아 혁명과 라스푸틴은  최근의 촛불혁명과 최순실이, 대공황은 IMF 사태가 , 히틀러는 5.18과 광주와 전두환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팔레스타인과 베트남 사건은 미얀마 사태를 연상시켰다. 핵무기 : 에너지의 역습 사건에서는 북핵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연상되었다. 

  러시아 혁명에서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모든 것이 주어졌으며 동시에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말은 촛불혁명을 거쳤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히틀러가 유대인 600만명을 살해한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사건을 다루면서 하버드대학 교수 대니얼 골드하겐이 제기한 '왜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만 이야기할까? 독일인이 왜 히틀러의 명령을 집행햇는지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광주에서 국민을 학살한 주범에게 5.18과 쿠테타를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이 많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인물 등이 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게 만든 것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 저절로 나왔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돈으로 자유를 산다는 '프라이카우프(Freikauf)' 정책을 펼치면서 콘라드 아데나워 총리의 기민당-자유당 중도보수 연립정부에서 빌리 브란트와 헬무트 슈미트 총리의 사민당-자유당 중도진보 연립정부를 거쳐 헬무트 콜 총리의 중도보수 연립정부까지 모든 정부가 이어받으면서 어떤 정파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거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구절을 읽으면서는, 식량난으로 굶어죽어가는 같은 동족에게 남아도는 식량을 제공하자는 제안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정치인, 언론과 그에 동조하는 적지 않은 세력들의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21세기의 100년은 역사가들이 어떤 평가를 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리들 각자의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이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의 불행으로 귀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상점과 창고에는 식료품이 쌓였는데 굶주린 사람들이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졌다. 야적장에는 석탄이 산더미였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난방을 하지 못하고 겨울을 견뎌야 했다. 저마다 자기만 살겠다고 발버둥 쳤더니 모두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