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으면서 내가 바깥을 내 안으로 ‘끌어당기는’ 것을, 또 내가 바깥을 향해 ‘끌어당겨지는’ 것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산책하는 이의 자아는 이 세계의 그럴듯한 명분과 법칙, 질서들을 거부한다. 그는 편안하게 걸어가는 자신의 감각을 깊숙하게 긍정함으로써 세상의 저 헐거운 편견과 고정관념들을 잠시 내던질 수 있다. 그는 자기중심적인 마음을 버렸고, 매끈하고 완벽한 것만 좋아하던 버릇을, 세상의 사물들을 미추와 호오, 우열의 그림자로 나누어보던 습성을 내려두었다.
그는 구름과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그래서 그에겐 이 세상의 온갖 존재를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는 겸허함이 깃들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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