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지가 주는 매력이 분명 있다. 이 책은 표지만 보고도 읽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는 책이다. 나의 독서 시간은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고요한 밤에 졸린 눈을 비벼가며 책을 본다. 졸리는 잠을 이기고 싶을 만큼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다. 작가도 책의 내용도 상관없이 책의 제목과 표지의 삽화를 보자마자 구미가 당겼다.

 

이 책은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듯이 펼쳐지는 스물여덟 편의 단편과 작가와 얽힌 사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 편이 수록된 에세이이다.

 

1. 단어의 중력(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이르다, 버티다, 닿다, 쓰다, 고치다, 선택, 미래, 행복, 막장, 인연, 기적, 안녕, 원망, 공포, 몽매, 단순, 침묵, 미련, 소원, 연민, 고독, 재회)

2. 사물의 노력(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소파, 토끼, 전화기, 피아노, 카메라, , 청소기)

 

책 속의 목차이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기를, 아무 페이지나 마구 펼쳐 마구 읽기를 당부하는 글이 있다. 작가의 바람대로 내가 처음 찾은 낱말은 행복이다.

 

행복과 관련된 작가의 이야기,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첨부하여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행복이라는 단어의 미로를 헤치고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떠올렸다. 방콕의 코사멧 섬! 방갈로 근처에 있는 유일한 카페의 바텐더’! 그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지을 수 없는 미소를 가졌고, 끊임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 섬에 머문 일주일 동안 매일 저녁 찾아가 노을에 휘감겨 어두워지는 바다의 풍경이 좋았고 신선한 모히토가 좋았고 알록달록 포근한 쿠션도 좋았지만, 네가 보고 싶었던 건 행복한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만난 행복을 간직하는 법을 배웠다.

 

작가의 행복은 위 이야기이다.

 

다음은 나의 행복이야기를 해보련다.

나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은 아빠가 아프시기 전이다. 9년 전 아빠가 위암진단을 받았다며 엄마에게 전화 통화로 들었다. 위암 통보를 받기 며칠 전 우리 가족은 추석연휴로 할머니 댁에 다녀오면서 날씨가 더워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었다. 할머니집이 거리상 먼 곳이 아니라 평소에는 휴게소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날은 어쩐 일이었는지 휴게소에 들렸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기분 좋게 수다수다를 나누었다. 그때 입고 있던 옷이 생각날 정도로 생생하며 지금도 잊히지 않는 추억 속 한 장면이다. 아빠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가족 며칠 전에 좋았잖아! 행복했잖아! 건강했잖아!” 하며 모든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불가 어제만 해도 아니, 엄마에게 전화를 받기 전만 해도 좋았는데....행복했는데.... 아빠가 아프다는 소식은 행복을 뒤집는 불행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그날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인생에서 행복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 날이었다. 나에게 제일 행복했던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아빠가 아프시기 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리고 행복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지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늘 가까이 있다. 지금도 행복한 순간이다. 행복을 찾기 위해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자주 행복을 느껴야 하는 것 같다. 나에게 행복은 이런 것이다. 몸이 건강하고, 가족들이 모두 각자 위치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것!

(아빠는 바로 위절제 수술과 1년 동안 항암치료를 병행하셨다. 그리고 5년 뒤 완치 판정을 받으셨다. 현재는 수술 후 만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완벽하게 건강한 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을 하시는데 지장 없이 잘 살고 계신다) 내 일생에서 큰 위기를 한 번 맞고 나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와 다르게 또 다른 사람들은 행복을 다른 의미로 정의하겠지? 나 역시 아빠가 아프기 전에 느꼈던 행복은 지금과는 다른 정의였으니 말이다.

 

황경신 작가는 이렇게 단어와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 담아내었다. 서평을 위해 모든 내용을 의미 없이 읽고 싶지 않았다. 두고두고 음미하며 나와 관련된 이야기를 사색하며 읽고 싶은 책이다.

 

1부는 단어와 관련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고, 2부는 작가와 얽힌 사물의 이야기를 담은 일러스트가 담겨있다.

 

작가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로 옮겨지며 작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모두가 잠든 밤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를 꺼내어보고 사색하고 싶다.

 

위 리뷰는 미자모카페를 통해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그가 지닌 행복은 너를 부끄럽게 하지도 않았고 시샘을 느끼게 하지도 않았다. 파도처럼 일렁이며 공기를 흔들어 너에게로 전해지는 행복이었다. - P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