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힙합 - 집밖의 세계를 일구는 둘째의 탄생
이진송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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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송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차녀의 설움, 고충을 책으로 냈는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또한 2살 터울 언니가 있고, 나와는 연년생인 두 살 터울 남동생이 있다. 학창시절 가정이란 교과목에서 가족 구성원으로 둘째의 특징에 대해서 배웠었다. “맞아, 난 둘째라서 이런 특징이 있어~”하며 독립적인 내 성격이 그냥 둘째라는 타이틀에 맞춰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작가는 차녀의 정의, 가족 역학 관계와 사회적 맥락을 둘째 딸의 위치에서 바라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이진송 작가처럼 나는 차녀이다. 그냥 차녀도 아니고 위에 언니가 있고 아래로 남동생이 있다. 그리고 그 둘(언니와 남동생)은 돌 사진이 있지만, 나는 돌 사진 조차 없다. 어릴 적 엄마에게 나는 돌 잔치 때 뭐 잡었어?” 하고 물으면 연필을 잡았다고 엄마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이 무심히 대답하셨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분명 둘째 딸인 나에게 돌잔치를 해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지만 돌 잔치를 하지 않았구나하며 으레 짐작했는데, 진송 작가님도 나와 같은 경험을...^^ 사실 돌 사진도 돌 잔치도 나에게 크게 중요한 날이 아니었는데, 책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니 상당히 억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째라는 타이들이 아닌 차녀에 대한 이야기로 책이 만들어지다 보니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작가의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일생이 너무 흥미로웠고, “맞아, 맞아~ 이랬었지하며 혼자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무릎도 탁 치기도 하며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다.

 

작가가 말한 말한 차녀의 입장에서 공감되는 부분이 엄청 많았지만 나와 가장 격하게 비슷했던 부분을 리뷰로 남겨 보고자한다.

-내가 태어난 날,, 1986... 당시 우리 엄마는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기기를 접해보지 못하여 임신기간동안 나를 아들일거야!’하며 생각하셨다고 한다. 아빠도 엄마의 임신소식에 피우던 담배도 끊고 내가 태어나기만을 기다리셨다고.... 두둥! 내가 태어났다. 고추를 달고 나와야 했는데,,, 낳아보니 또 딸!?”이었다고... 원하던 성별이 아니어서 엄마는 눈물을 훔치고, 아빠는 바로 담배를 피우셨다고...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께 출산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차마 딸이라고 말을 못하셨다며,, 결국엔 고모가 할머니에게 엄마, 언니 또 딸 이래~”라고 했다고 나의 친할머니께서 어린시절 우리에게 옛날이야기 하듯 말해주셨다. 그때도 지금도 이 이야기는 나를 참 서글프게 하는 말이다. 할아버지가 1대 독자이셔서 아들 사랑이 엄청 나셨다. 우리 아빠는 맏아들이고 당연히 엄마는 아들을 낳아야 할 의무감 같은게 있으셨다. 지금도 엄마에게 물어본다. “엄마 우리가 계속 딸딸딸이었으면 엄마는 어떻게 할거야?” 엄마는 아들 낳을 때 까지 엄마는 계속 아이를 출산하겠다는 답변!!! 그 당시 아들이 귀했지만 엄마는 지금도 여전히 엄마는 아들타령이시다. 우리 삼남매는 다들 잘 성장해서 각자 두 명씩 자식을 낳았다. 언니는 남매를, 나는 자매를, 남동생은 형제를.. 우리 엄마는 지금도 나에게 말씀하신다. “아들 한 명 더 낳으면 좋을텐데...” 다들 엄마에게 딸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 엄마는 어찌된게 아직도 아들이 이렇게 좋을까 궁금하다. 내가 추측하기로 아마도 엄마가 맏며느리로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서글펐던 출생의 일화는 뒤로 하고 다음으로 격하게 공감되었던 부분이 나는 첫째가 극심한 사춘기를 보냈던 때, 둘째들은 대체로 그 격전을 목격 한 뒤 내면의 폭풍을 안고 조용히 찌그러진다.” (p75) 그렇다. 우리 언니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때 엄마아빠의 썩어 문드러지던 마음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봐왔기 때문에 나는 일탈을 할 수 없었다.

 

공감되는 부분에 대해서 작성을 했다면 같은 차녀지만 나와 작가의 달랐던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나는 오히려 언니와 동생보다 마음이 강한 딸이었던 거 같다. 의지 할 곳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독립적이고, 이성적이고, 옳고 그름의 판단이 정확했으며 낀 딸이다보니 주목 받고 싶어서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학업성적이 언니나 동생에 비해 좋았던 편이라 부모님께서 큰 결정을 할 때 나의 의견을 적극 받아주셨다.^^ (작가님은 이런 부분에서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했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 였기 때문에 살짝 언급해본다.) 또한 언니와 나는 외모가 많이 달랐다. 언니는 키도 크고 여리여리했지만 나는 작고 말랐다가 (상대적으로 언니보다)통통했다가,,^^;; 아무튼 체격과 골격이 다르고 취향까지 다르다보니 초 고학년부터는 옷을 각자 취향에 맞게 샀었다. 초등 저학년 때까지는 중고로 넘쳤지만, 다행히도 엄마가 언니와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신 것 같다. 중고(사촌언니들 옷, 우리 언니 옷 등)였지만 이쁜 옷이 한가득 넘쳐났었기 때문에 그리고 어릴 때는 중고라도 나는 패션쇼하듯 매일 매일 옷 갈아입는 재미가 있었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자매에서 둘째딸 차녀가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책 중간부쯤 첫째가 장남이고 둘째가 딸인 그녀의 고충들... (물론 이 구성원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지만) 그녀들의 차등대우와 비교 당함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에 있는 에피소드 하나하나 나와 너무 닮은 점이 많아서 언급하려면 나도 책 한권 쓸 것 같다. 차녀라면 꼭 한 번 보고 함께 웃고, 회상하고,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 생각도 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나는 두 딸의 엄마이다. 맏딸의 희생과 둘째딸이 받을 설움에 대해서 늘 염두해두고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게, 눈치보고 부담가지지 않게 늘 소통하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오디오 북으로도 나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화책 보듯 침대에 엎드려서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오디오로 감정이입해서 나오는 음성지원이 책을 더 즐기며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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