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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 동물의 왕국 ㅣ 아티비티 (Art + Activity)
로르 뒤 파이 지음, 박선주 옮김 / 보림 / 2017년 4월
평점 :
찾아라 동물의 왕국
로르 뒤 파이
이전부터 보림출판사에 대한 호감은 있었지만, 이 정도의 매력을 가진 출판사인줄은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신간을 받아 읽어보면 ‘어머 이거 뭐야? 어쩜 이런 기획을!’ 혼자 감탄을 하면서 본다. 이윤창출을 넘어 꾸준히 창의적인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한 어린이책’에 대한 사명의식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 4월에는 「2017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 최고의 출판사 아시아부문」에 최종 선정된 것으로 보아 나만 좋아하고 인정하는 출판사가 아닌, 국제적으로 알아주는 출판사인 것이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나의 안목이 정확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세계적인 출판사의 신간평가단이라는 자부심’에 기분이 좋았다.
서두가 길었다. 보림출판사 신간 「찾아라 동물의 왕국」은 아티비티 시리즈 중 하나로 프랑스 그림작가 로르 뒤 파이의 책을 옮겨온 것이다. 형태는 높이가 50cm, 폭33cm의 보드북으로 크고, 튼튼하다. 아티비티 시리즈의 책들은 ‘빅북+보드북’인 경우가 많다. ‘예술놀이 그림책’인 만큼 일반적인 규격을 넘어 아이들이 자주 꺼내 장난감처럼 갖고 놀 수 있도록 한 기획에 부합된다. 아이가 흥에 겨워 책 위에 올라가 발을 세차게 구른다고 해도 책 손상에 대한 걱정이 적어 그 순간만큼은 관대해진다.
8살 큰아이가 「찾아라 동물의 왕국」을 받자마자 함박웃음을 짓고, 숨은그림찾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조만간, “이거 너무 쉽잖아. 식은 죽 먹기야.” 라며 책을 내려놓았다.
보림출판사 또 다른 아티비티 책 「뜻밖의 미로여행」을 할 때와는 사뭇 다른 거만함이었다.
권장연령이 3세 이상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집안일을 끝내고 책을 보았다.
우선 그림을 비롯한 색감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각 장마다 북극, 농장, 정글, 숲, 바다, 초원이라는 여섯 가지 서식지별 동물들을 150여종이 담겨있다. 단순히 숨은그림찾기용 책으로 국한 짓기엔 너무나 아까운 그림책이다. 동물원에 가서도 신경 써서 짚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구경한 동물들의 서식지가 모두 같다고 오해한다. 나부터도 정글과 초원에 사는 동물들이 헷갈린다. 예를 들면 날쌘 포식자 재규어는 정글에 살고, 사자는 초원에 산다. 엘리게이터는 정글에 살고, 비슷하게 생긴 악어(크로커다일)는 초원에 산다. 이렇게 각 서식지별 동물들을 모아 볼 수 있는 그림책이 흔하지 않는데, 고맙게도 동물별 특징을 살려 그림이 생동감 있고 예쁜데다가 동물이름이 적혀있다.

얼마 전 아이가 종합장에 ‘여우’를 잘 그려놨기에 칭찬했더니, EBS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에서 보고 그렸다고 했다. 그 경험을 통해 각 동물의 특징을 잘 잡아내면 간단하게 그려도 잘 그린 그림이 된다는 걸 배웠다. 로르 뒤 파이의 그림이 그렇다. 숨은그림찾기로는 시시하다는 큰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말했다. “와~ 기린이 물을 마실 때 다리를 벌리고 마시는 걸 정말 잘 표현했다. 동물 그리고 싶을 때, 이 작가의 그림을 보면 잘 그릴 수 있겠다.” 라고 했더니, 아이가 전과는 다른 눈으로 다시 그림을 본다.
크고 아기자기한 책을 거실 한 가운데 펼쳐 보고 있으니 두 살 둘째가 달려와 책 위에 선다.(보드북인 것이 너무 다행이다.) 마침 농장 편에 서 있어서 동물농장 노래를 불러줬다. “오리는 꽥꽥, 오리는 꽥꽥, 염소 매~애~ 매~애, 돼지는 꿀꿀, 돼지는 꿀꿀, 소는 음~머~ 소는 음~머.” (오리가 없어서 거위를 가리켰다.)
초원편에서는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악어를 보면서 생각난 노래가 “정글 숲을 기어서 간다. 엉금엉금 기어서 간다. 늪지대가 나타나면 악어떼가 나온다. 악어떼!”였는데, 정글을 초원으로 바꾸던지, 악어를 엘리게이터로 바꿔야 맞겠다 싶었다. 동물은 150여종이 되는데 아는 동물노래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바다편 위에 있을 때가 가장 예뻤다. 오색찬란한 바다해초를 배경으로 돌고래, 거북,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그림 위에 아이가 있으니 해변이 온 행복한 상상이 절로.

마지막으로 슬픈 이야기이지만, 출판사의 설명으로는 이 책에 있는 상당수의 동물들이 멸종위기 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아름답고 다양한 동물들이 지구상에 우리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우리가 실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와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며칠 동안이지만 거실 한가운데 두고 우리 세 모자가 얼마나 열심히 봤던지 손자국이 엄청 나있는 「찾아라 동물의 왕국」 우리 가족의 완소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