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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인형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5
인졘링 지음, 김명희 옮김 / 보림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종이인형 – 숨기고 싶은 성 이야기
인젠링 지음

보림출판사는 2013년을 시작으로 중국의 아동문학을 소개하는 「중국아동문학 100년 대표선」시리즈를 기획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의 지난 100년의 시대를 잘 대변해주는 뛰어난 아동문학작품들을 보림출판사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보림출판사의 신간 「종이인형」은 중국소녀 ‘랴오랴오’의 성장소설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인 액자식 구성을 띄고 있는 이 소설은 스물여덞살이 된 랴오랴오가 청소년을 상담하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전개된다. 기억의 시작은 가슴에 뭉우리가 잡히기 시작하던 아홉 살부터다. 엄마가 식사준비를 하는 동안 늘 아빠가 랴오랴오의 목욕시켰는데, 가슴에 비누칠을 하는 아빠의 손이 닿는 순간 ‘아야!’ 소리를 질렸던 그 날, 더 이상 딸의 목욕을 못시키겠다고 아내에게 말하던 아빠의 속삭임..
부제가 ‘숨기고 싶은 성 이야기’이지만,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의 성장과정을 다루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성(性)이야기’이다. 이 시기에는 신체적으로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성호르몬이 생성되면서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아동기 때 보다 복잡한 심리적변화가 일어난다. 변화하는 신체에 대한 만족 여부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 자아존중감이 형성된다. 성적성숙의 시기에는 개인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친구들보다 조숙하거나 만숙한 친구들은 늘 존재한다. 또래 집단의 인정과 수용이 무엇보다 중요한 청소년기 초기에 그 과업을 잘 이뤄내지 못하면 심한 자아정체감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잘 이수해내면 점차 부모나 또래로 부터의 독립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랴오랴오 역시 보통의 아이들과 같이 웬만한 비밀은 공유하는 절친한 친구 ‘주얼’이 있었고, 또래보다 조숙해서 가깝게 지내진 못했지만 신비로웠던 친구 ‘추쯔’, 다정하지 못한 엄마를 대신해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수용적인 공상속의 완벽한 여성 멘토 ‘단디’, 현실의 이상적 여성표본 ‘리싼’선생님, 그 외에 의도치 않게 어긋나는 관계로 이어지는 Y선생님과 주변 짓궂은 남학생들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거치면서 랴오랴오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종이인형」에는 과도기로서의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신체는 성인과 유사하지만, 정서는 아직 아동과 유사해서 따뜻하고 든든한 존재에게 의존하고 싶은 소녀들의 심리가 잘 표현되었다. 중국아동문학이지만 현재를 사는 한국 아이들이 읽어도 문화적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고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랴오랴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의 제목이 왜 「종이인형」일까에 대한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일차적으로 랴오랴오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의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어 준 것이 완벽한 여성상으로 직접 그린 ‘단디’라고 이름붙인 종이인형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민을 다 털어놓고 상담할 수 없는 대상이 없어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이 대견하면서 동시에 안타깝다. 그래서 은밀하지만 모두가 겪는 이 시기의 혼란과 고민 등을 마음 편히 나눌 수 있는 ‘랴오랴오의 단디’ 같은 부모이자 동네 어른으로 있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또 다른 추쯔가 생기지 않도록, 잘 성장한 랴오랴오가 미래의 또 다른 랴오랴오를 도울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