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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게 늙는 사회 - 가장 오래 살아야 할 세대, 건강통계로 생각하다
조병희.정영일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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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세상의 가치가 녹아 있는 ’사회화된 몸‘이다. (99p) 건강 증진은 단순히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건강해지자는 보건 전략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사회적 몸의 구성을 바꾸는 거대한 문화 운동 같은 성격의 과업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103p)

✏️ <젊게 늙는 사회>라는 책 제목과 표지를 접했을 때, 이 책이 단순한 (몸) 건강 서적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 책은 ’건강‘이라는 키워드에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사회의 많은 면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있던 몇 가지 오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오해 1. 건강의 범위에 대한 오해. 

우리가 ’건강‘이란 단어에서 연상되는 것들은 의학적 관점의 이미지들일 것이다. 병과 치료, 의사와 병원, 이런 것들. 
우리가 생각하는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 앞에 ’사회적‘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생각해 본적이 었었던가. 
사회적 건강, 사회적 웰빙, 사회적 죽음. 
환경, 주택, 주거, 실업률, 대학 진학률, 인문학적 소양까지도 사실은 전부 건강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범위까지를 포괄해야만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해 2. 우리나라의 보건과 제도의 수준에 대한 오해. 
우리나라가 굉장히 의학적으로 발달되어 있고, 제도적 기반 또한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의 기대 수명이 감소하는 추세인 것은 사회의 불평등, 사회 정책의 부실, 보육, 교육, 노동, 주거 정책의 미흡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 주관적 건강의 인식이 매우 낮다는 것, 모성 사망비가 높은 편이라는 것. 두루뭉술 알고 있던 부분도 있고 모르고 있던 부분도 있었는데 수치와 통계를 통해 많은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 오해 3. 의학의 발달이 그저 좋은 것이란 오해. 
의학이 발달하는 것이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의학이 일상에 과하게 개입할수록 사회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 과한 의료 의존도가 불필요한 의료비, 약의 남용을 높인다는 점. 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관리와 예방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점 또한 내가 가지고 있던 오해였던 듯 싶다. 

✏️내가 하고 있던 여러 가지 오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과도한 경쟁, 계급사회, 혐오의 사회, 낮은 돌봄 노동의 가치와 시설로의 격리, 자연스럽지 못한 죽음의 증가, 연대/협력/공감의 부재-
이 모든 사회 구조적 문제들이 사실은 굉장히 촘촘하게 얽혀 ’건강‘이란 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통계와 수치로 정확하게 보여주는 책이었다. 단순히 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그 안의 함의에 대해 설명해주어 좋았다. 
개인의 탓이라 여기기 쉬운 불건강 문제를 사회와 구조적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시야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건강 증진은 단순히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건강해지자는 보건 전략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사회적 몸의 구성을 바꾸는 거대한 문화 운동 같은 성격의 과업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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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을유세계문학전집 118
에우리피데스 지음, 김기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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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 아이스퀼로스에 이어 세번째로 읽게된 을유문화사의 그리스 비극 시리즈,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
예전에 하루키 소설 속에서 묘사되었던 에우리피데스의 주특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어떤건지,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알게되어 특별히 더 즐겁게 읽었다.

≪메데이아≫에는 <알케스티스>, <메데이아>, <힙폴뤼뤼토스> 세 편이 실려있었고, 희생, 복수, 징벌의 전형과 같은 이야기들이었는데,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탁월하고, 다채롭고 입체적인 인물들의 고뇌, 여기에 함께 분노하고 복수하는 신들의 모습이 함께 그려져 진짜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졌다.
특히나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과 그 시대의 남성 중심의 시 문학에 대한 언급까지 되어 있어,
그 시대의 여성들과 이 비극을 보았을 사람들의 반응까지 궁금해졌다.


1. <알케스티스>:

알케스티스가 죽을 운명에 처한 남편(아드메토스)대신 죽게 되지만, 헤라클라스를 환대함으로서 구원되는 이야기.
환대의 덕이 무엇인지 ("고귀한 본성은 손님 공경의 길로 내달리는 법") 보여주는 그리스 작품들의 전형같은 느낌이었다.

아폴론이 알케스티스를 (지금 죽이지 말고) 늙어서 죽게 하는 방법을 취하는 것은 어떠냐고 타나토스에게 제안하자, 타나토스가 아폴론에게 말하길, "당신은 부자를 위한 법을 만드려는 거요. 가진자는 늙어서 죽는 것을 사들일 수 있을 거네" 라고 하는 부분에선 빈부에 대한 통찰도 느껴졌다.

알케스티스의 죽음을 두고 아드메토스와 그의 아버지 페레스와의 티키타카.
사실은 둘 다 알케스티스 앞에서 비겁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음에도, 서로를 비난하게 되는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생각들은  결국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인들은죽기를 기도하지만 (...) 정작 죽음이 다가오면 누구도 죽고 싶어하지 않소"
"네가 너 자신의 목숨을 사랑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도 그렇다고 생각해야지."

예언-갈등-논쟁-해결, 정해져있는 구성틀에 이야기들이 짜 맞춰들어간 느낌이지만, 그 안의 대사들, 인물의 심리 묘사, 왜 나 대신 죽지 않았냐고 아버지를 몰아붙였지만 사실은 본인도  괴로운 아드메토스의 심경들이 잘 그려져있다.

2. <메데이아>:

남편 이아손이 코린토스에 망명해서, 메데이아를 배신하고 새아내를 맞이하게 되자 메데이아가 남편에게 복수 하는 이야기.
메데이아란 인물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런 입체적 여성의 존재와 서사를 주는 것이 좋았다.
메데이아가 가부장 사회에 대한 한탄하며, 여성의 지위와 불평등에 대해 말할 때, 함께 동조하는 여성 코러스의 목소리들도 좋았고 .
여성 코러스들이 남성 중심의 시 문학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도 좋았고.
"남자는 안사람과 함께 지내다 싫증이 나면 바깥으로 나돌며 마음속에 쌓인 구역질을 떨쳐냅니다. (...)
"남자들은, 우리가 가정에서 위험 없는 삶을 산다고 말합니다."

이 비극은 배신, 분노+탄원, 계략+복수+deus ex machina로 구성되어 있고, 이아손이 자신의 정당성을 변명(?)하는 장면은 거의 아침드라마급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여기에  "불의한 일 저지르며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는 자는 누구든 가장 큰 처벌을 받아 마땅해." 라고 쏘아붙이는 장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스스로에게 용기를 건네는 장면, 들이 통쾌하고 좋았다.
("그럼 자, 네가 할 수 있는 어느것도 아끼지 마라, 메데이아여, 계획을 세우고 계략을 짜내라.")

"거짓 맹세를 하고 환대의 법도를 위반한 자의 말을 신들은 듣지 않을 것" 이라 확신하는 메데이아.
영웅이었던 이아손이 찌질이가 되고 마녀 메데이아는 영웅이 된다.

3. <힙폴뤼토스>:

일단 이 이야기는 아프로디테의 예언으로 시작되는데 ("내 앞에서 거만하게 구는 자는 내가 넘어뜨릴 것이다") 결국 인간은 사랑을, 우주의 원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걸 시작부터 말하는 것 같다.

힙폴뤼토스와 파이드라 이야기는 오뒷세이아에서 잠깐 스치고 지나갔었는데, 그 때 읽었던 이야기와  또 다르게, 파이드라의 시선으로 읽히게 되는 것을 보니, 서사라는 것은 누구의 입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야기에 이입하는 방향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힙폴뤼토스가 어째서 이렇게 (여신이 아닌) 살아있는 여자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도 궁금해졌고.

테세우스의 수 많은 기술이 있어도 양식 없는 자에게 양식을 가르치는 것을 탐구하지 않는다고 호통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더 많은 기술이 발전된 지금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이었다.

힙폴뤼토스는 자신의 순결, 정결함을 주장하지만 그것이 옳은 답은 아니었고, 타협하지 못하고, 유연하지 못하여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때문에 갑자기 마무리 되는 엔딩에 비하여 중용에 이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심오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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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에 있는 몇가지 표현법은 불행하게도 개인의 마음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죠. 그것을 흔들고 풀어내어 손에 들고 바라보고 던져올리고 응시하면서, 씩씩하고 밝고 건방지게, 영리하게, 자유롭게 생각하고자 하는 하나의 방법이 말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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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서경식‘이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여권을 갖게된 지 40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국경을 넘는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권은 필요없었고 이름 역시 그대로였을지도 모릅니다. 여행은 자신을 붙잡아두고 있는 일상으로부터의 일시적인 해방이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이름을 말해야 하고, 신분증명을 요구당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행이라는 것 역시, 자신을 재정의하는 기회이기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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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움직임이 중단되는 순간입니다. 그것은 시간표에는 없지요. 아무리 빈틈없이 준비해서 출발을 하더라도 뜻밖의 장소에서 여행이 중단되는 일이 곧잘 있습니다. 열차가 안 오기도 하고, 파업으로 인해 타고 있던 열차에서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렇게 되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이동하던 개인이, 불현듯 목적으로부터 단절된 정지상태에 던져져 어쩔 줄 몰라 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거기서 같은 운명에 빠진 다른 사람들을 발견하게됩니다. 열차가 안 온다든가 멈춰서버린다든가 하게 되면 낯선 이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왜 안 오는 걸까요?"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같은, 혼잣말인지 말을 거는 것인지 알수 없는 웅얼거림에서 시작하여 각자 신세타령을 하는 데까지 발전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 또한 열차라는 상자가 지닌재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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