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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복이 완전할 수 있을까?
< #완전하지않아도괜찮은리뷰대회 >
#정유정_완전한행복_은행나무_독후감 아래 내용에 스포일러 있습니다.
소설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도입부에 사건의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한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직선적이지 않을 뿐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행위를 하는지 되레 천진하게 묘사된 도입부는 기괴함에도 시선을 뗄 수 없다. 역시 정유정의 소설은 믿고 본다는 걸 또 한 번 확인한다.
소설 제목은 <완전한 행복> 제목을 곱씹으면 불가능한, 모순을 나열한 단어의 조합이라 생각된다.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감정과 여러 가지 상태 중의 하나가 행복이다.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행복이 과연 완전무결할 수 있을까?
완전한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쫓는 결핍이 많은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저지른 참혹한 사건을 쫒아가다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몇 년 전 실제로 있었던, 떠들썩했던 범죄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소설이다. 그 사건과 많은 점들이 겹친다.
이혼 후 유치원생 딸 ‘지유’를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 신유나는 러시아 여행에서 만난 남성 ‘은호’와 재혼을 하게 된다. 신유나와 은호는 각자의 자식을 데리고 새 출발을 하려고 한다. 그 과정은 순조롭지만은 않다. 왜 일어났는지 알 법한 사건이 이어진다. 신유나의 전남편이 실종되고, 은호의 아들이 죽는다.
신유나를 의심하는 전남편의 여동생이 등장하고, 신유나의 친언니 ‘재인’이 지유를 돌보게 되면서 신유나의 과거가 드러난다.
520페이지,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다. 신유나가 화자가 된 장은 없다. 신유나 외의 인물들이 보고 겪은 신유나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말 그대로 심증은 있고, 물증은 부족한 사건들이 열거된다. 현재의 사건을 쫓아가면서, 과거의 행적을 밝히는 서술은 이미 도입부에 범인이 누군지 알려주었음에도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한다.
신유나는 왜 이런 캐릭터가 되었는가? 재인의 시선에서 서술된 신유나는 어릴 때 집안 사정으로 인해 부모님과 떨어지고 조부모와 살게 된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남아서 그런 걸까. 언젠가 읽은 육아 책과 심리학 에세이에서 유아기 때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한 구절을 본 게 기억났다. 그렇다면 신유나는 단지 이 이유로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것인가?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인 건지, 후천적인 건지 다시금 사유하게 된다.
소설을 소개하는 문구이자, 소설 속 신유나의 대사이기도 한 문장을 옮겨본다.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신유나는 행복해지기를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행복의 조건에 불행이라는 개념을 넣어서 생각한다. 행복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보는 면모가 보인다. ‘불행의 가능성’ 역시 타인의 존재를 말하는 것이다.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기는커녕 목숨까지 앗아가며 자신의 행복을 운운한다. 이중적이고 입체적인 악인이라는 건 바로 이런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소설은 신유나가 벌이는 악행과 더불어 캐릭터의 깊은 내면을 전달한다. 소설의 배경인 으스스한 반달 늪과 흉가 같은 허름한 집은 캐릭터 묘사에 생생함을 더해준다. ‘인간의 다양한 욕망에는 이런 것도 있어’라고 말해주는 작가의 엄청난 입담 덕에 가독성도 아주 좋다.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이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묵직함 또한 있기에 그저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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