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 혹은 멀의 세계 - 인간이 몹시 궁금한 '자아 장착' AI의 생존 분투기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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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미키 7>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영화도 좋게 봐서 주저없이 읽게 되었다. <미키 7>보다 설정이 좀 더 다채롭고 등장인물이 많다. 반찬 많은 밥상을 받은 느낌이다. 아포칼립스? 휴머니스트 반군과 연방군이 만든 난장판에서 뭉치게 된 AI와 유전자 변형 시술을 받은 어린이 모습을 한 청년, 휴머니스트 군인이었다가 돌아선 병사, 얼떨결에 멀과 몸을 공유하게 된 어리숙한 남성 등등. 캐릭터가 선명하고 재미있다. 오즈의 마법사 느낌도 나고 전래동화에서 본 오합지졸 느낌도 난다.

설정과 등장인물의 행방은 처음부터 예상을 계속 계속 뒤엎는다. 신체조작과 과도한 기술 도입을 거부하는 휴머니스트들은 주장하는 것과 너무나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다. 붙여진 단어가 무색하게. 연방군 역시 그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 위에 소개한, 딱히 속하지 않은 캐릭터들만 재앙 수준의 고난을 겪으며 살기 위해 애쓴다. SF소설이지만 큰 설정은 현대 사회, 과거 사회와 다를 게 없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계급차이는 여전하다.

책 뒤에 소개된 주인공 멀의 소개가 참 딱 맞는 말이다. '존재하지만 실체는 없고, 이론은 빠삭하지만 경험은 전무하며, 자아는 있지만 눈치는 없는 AI' 이런 멀은 다른 캐릭터들과 합류하며 사랑이라는 단어도 내뱉고 의리를 지키려고 하며 되레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자아를 지내게 된다. 이 모습을 보며 많은 SF작품, 또 SF가 아니더라도 문학에서 하는 근원적인 질문이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며 그 기준은 무엇인가?

오지랖 넓은 멀은 미카에 들어갔다가 풀먼 17의 개에 물려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전환되는 사건이 기발하고 피식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어서 로언이 등장하고 어린이 모습을 한 케일리가 병사들을 죽인다. 이또한 예상치 못해서 살짝 후덜덜했다. 다함께 피난가듯 이동하는 이들은 위태위태하면서 끊임없이 도덕적 책임에 대해 사유한다. 그렇지만 무겁지 않다. 넌지시 전하는 메시지가 블랙코미디 에피소드에 버무려져 있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에 걸맞는 생소한 용어들이 나온다. 유전자 변형 패키지, 실리코 아메리칸, 인포스페이스, AI드론 등등.. 그럼에도 신나게 읽힌다. 몰입감과 속도감이 엄청나다. 나처럼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도 킥킥 웃으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라 추천한다. 워낙 장면장면이 선명하고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여서 영화로 제작될 거 같다.

살면서 힘든 일을 겪으면 내세가 없길 바라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AI의 발달이 이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과학의 발전이 엇나가서 디스토피아가 되어도 이들처럼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자문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밝을 거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문학수첩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서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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