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동물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 대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14
김시경 지음, 장선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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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창궐한 후 코로나를 소재로 내지는 연상하게 하는 동화가 좀 있는 걸로 안다. 이 작품은 동물들에게 전염병이 도는데 감염된 동물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다. 동물이 사람의 말을 하는 설정 역시 꽤 있다. 조금은 흔하지만 기대가 되는 설정이라 이 소재를 어떻게 펼쳤는지 궁금해졌다. 제목이 도전적이라 더 흥미를 끌기도 했고.

먼저 초록이와 반려견 초코와의 연대가 훈훈했다. 반려동물이 있는 어린이라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둘의 연대로 감염된 동물을 처분하려는 지침과 싸우는 여정은 든든하다. 빠른 전개와 생생한 묘사로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역시나 영화 연출을 한 이력이 있었다.

초코가 감염이 되자 초록이는 수의사 할머니에게 초코를 데려가려고 몰래 동네를 빠져나간다. 어린이가 삼엄한 경비를 어떻게 뚫을까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동네에 생수를 공급하려고 온 차를 이용해서 대담하게 탈출을 한다. 그 과정에서 말을 하는 다른 동물들을 만난다. 동화에서 어린이가 탈출을 하거나 큰 세력에 저항할 때 그 과정이 억지스러워서 핍진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 동화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의 탈출이 기발하고 현실적라는 거다. 사건의 전모를 추리해가는 과정 역시 탄탄하고 자연스러웠다. 굉장히 쓰기 힘든 지점을 잘 살렸다. 동물이 말한다는 설정 역시 그 뒷배경이 정교하게 짜여 있어서 근미래를 예견했다는 느낌도 들었다.

감염 동물에게 퍼진 바이러스를 다른 병이라고 선전, 선동하는 행태를 보니 요즘 세태도 연상이 되었고, 마구잡이로 동물을 죽이는 장면은 마치 나치의 만행을 보는 것 같았다. 동물들이 동물권을 주장하는 장면에 이르면 단순히 동물의 시선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고발한 것을 넘어서 역차별을 연상하게 하는 깊이 또한 있다.

굵직한 서사는 속도감을 내며 달려가는데 중간중간 자잘한 반전과 웃음을 주는 작은 에피소드 또한 많다. 수의사 할머니의 전사, 모모와 꾸리의 사연, 변박의 등장, 초록이의 인질 위장 등등. 구석구석 세심하게 살핀 시선이 따듯하다.

숨 가쁘게 결말로 향하는데... 결말 전까지는 판타지에 약간의 SF가 섞인 동화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시간 여행이 나온다. 초록이와 어른들와의 대면은 오즈의 마법사가 살짝 생각나서 놀라우면서도 친근했다. 어린이와 어른의 대화는 만담처럼 재치있어서 웃음이 난다.

최종선택은 초록이가 하게 되는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이 나온다. 반전이라는 것이 전혀 추측하지 못했기에 반전이라고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반전은 뭐랄까.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라기 보다 관점의 차이에서 나온 반전이라 곱씹게 되었다. 반전에 이어지는 마지막 문장도 간결하고 담백했다.

다 읽고 나니 주위에 책을 잘 안 읽는 어린이가 생각났다. 그 아이가 읽어도 완독을 할 거라고 예상한다. 그만큼 재미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책장을 덮어도 여운이 남을 만큼 깊이가 있다.

수작을 만나서 흐뭇하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 곂에 두고 자주 펼쳐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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