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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눈 -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알아보는 지혜
저우바오쑹 지음, 취화신 그림, 최지희 옮김 / 블랙피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다시, 어린왕자
"마음으로 보아야만 제대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많은 이들이 기억고 있는 어린왕자의 한 구절일 것이다. 나도 어린시절 어린왕자를 읽었고 이후 이곳 저곳에서 인용구를 접하며 인용구와 등장인물, 간략한 에피소드 등을 기억해왔다. 그 기억을 종합하자면 이렇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어린왕자의 여행기.' 하지만 순수만 가지고는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순진한 사람'이라는 단어의 이면에는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 이라는 평가도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이 어린왕자를 읽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순수를 잃어가는 시대이기에 더더욱 우리는 어린왕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시대 어린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
4 나는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우리 삶의 장미와 여우를 찾고, 동심, 자유, 책임, 고독, 길들여짐, 사랑, 그리고 생의 오묘한 비밀과 죽음의 의미를 고민했다.
이 책 '어린왕자의 눈'은 저자의 관점으로 '어린왕자'를 해석한 이야기다. 하지만 동화속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상당수의 어른들이 경험하고 있는 고독과 단절, 외로움, 방향상실을 짚어본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B612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첫사랑의 실패, 5000송이 장미를 만남으로써 겪는 정체성의 혼돈, 여우에게 배운 치유의 '길들이기', 그리고 책임, 장미와 여우와 어린왕자 모두의 성장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는 여느 어른보다 성숙했고, 누군가를 성숙하게 만들만한 영감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외로움과 혼란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이 시대의 많은 어린 어른들에게 이 책의 독서는, 뜻깊은 치유와 성숙의 시간이 될 것이다.
유일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기에 유일한 것
60 어린왕자가 장미를 사랑한 것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장미를 계속 사랑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B612의 장미를 홀로 놔둔채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오천 송이의 장미와 마주친다. B612의 장미를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로 여기며 사랑했던 어린왕자에게 이 사건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유일한 존재인 줄 알았던 사랑의 대상이 사실은 세상에 흔하디 흔한 존재였다는 것. 아마 정체성을 위협할만큼 큰 감정적 동요를 경험했을 것이다. 이 때 기적처럼 여우가 나타나 '길들여짐'을 말해준다. 세상에 아무리 장미가 흔하다고 한들 서로가 서로를 길들였던 장미는 오로지 한 송이다. 그러니 어린왕자의 장미가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이처럼 어린왕자는, '어린왕자의 눈'으로 자신의 장미를 새로이 바라봄으로써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한다.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장미'가 '자신이 유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얼마나 슬퍼할지를 걱정한다. 자신도 충분히 힘든 상황에서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떠올릴 수 있는 마음, 어린왕자가 진실한 사랑을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상상이 싹틔워줄 공감
220 "수천만의 별 중 어딘가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누군가 사랑한다고 해. 그럼 별을 바라보기만 해도 엄청 행복해질 텐데. "내 꽃이 저기 어디에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말이야. 그런데 양이 그 꽃을 후루룩 먹어버리면, 그이에게는 그 모든 별들이 빛을 잃어버리게 될 텐데 그래도 그게 아저씨에겐 중요하지 않단 말이야?"
B612의 장미를 걱정하던 어린왕자는 조종사가 자신의 불안에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이는 비단 어린왕자만이 경험하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번지는 갈등과 혐오의 배후에 '공감의 부재'가 있다. 사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완벽하게 공감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경험의 차이에 따라 생각과 느낌과 가치관의 차이도 필연적으로 발생할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공감은 영영 어려운 일일까? 저자는 그 열쇠로 '상상력'을 제시한다. 완벽한 타인의 경험을 겪어볼 수는 없어도 유사한 자신의 경험을 상상해낼수는 있다. 정성과 애정으로 그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볼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점점 마음의 괴리를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길들이기 위하여, 길들여지기 위하여
186 출구는 길들여짐에 있다. 마음을 다해 길들여짐의 관계를 세워나가고, 이 관계에서 사랑과 책임을 발견했을 때에만 인류는 고독이라는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랑을 하면 기대를 하기 마련이고, 기대가 커질수록 상처받기도 쉬워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단절과 고독을 택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면과 회피는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상처를 피함으로써 맞게되는 고독은 구원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될지 모른다. 저자는 우리에게 길들여짐을 권한다. 마음을 다해 길들이고 길들여지며 사랑과 책임을 발견하라고 말한다.
나 역시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상처받고 자책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길들여짐의 문을 활짝 열었던 것인지 되돌아본다. 진심을 다해 사랑과 책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지 모른다. 상처는 그 때 받아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그러므로 이제 마음의 문을, 길들여짐의 문을 활짝 열어두려 한다. 어린왕자의 눈으로 너를 응시하며.
[인용]
27 먼 훗날 돌아보면 알게 될 거야. 젊은 날 네가 품었던 꿈들이 너를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로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 누구에게도 없는 자기만의 개성을 가졌는지가 인생을 잘 살았는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41 어린왕자는 사회에서 도망치거나 사회를 거부하지 않고 용감하게 사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사회의 여러 세태를 다 알고 난 후에도 동심을 간직한 채 최선을 다해 살았으며, 여전히 진심을 다해 '길들이는 관계'를 맺고 싶어 했다.
90 그건 바로 어린왕자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사랑했기에 다른 사람의 사랑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114 헤어지는 순간에도 여우는 계속 마음을 놓지 못하고 어린왕자를 일깨워주었다.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해."
170 "인간을 인간으로서 전제하고 세계에 대한 인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라고 전제한다면 그대는 사랑을 사랑과만, 신뢰를 신뢰와만 교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