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혁명 - 통증, 마을이 보내는 경고, 개정판
존 사노 지음, 이재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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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신체적 통증과 마음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몸의 고통을 극복하고 자유로운 신체활동을 회복할 수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목, 어깨, 허리, 엉덩이 등 신체의 통증으로 불편과 고통을 겪고있는 분들께
2.몸과 마음의 유기적 관계에 대한 배움을 기대하는 분들께
3.통증극복을 위해 '환자의 마음'을 강조하는 새로운 이론을 만나보고자 하는 분들께

[이 책의 특징]
1.친절함
'통증'의 '극복'을 위해서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가 저술한 책.  자칫 낯설고 난해한 내용으로 가득차 읽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친절합니다. 주요 챕터마다 글의 말미에서 핵심내용을 정리해주며, 중요한 개념은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주장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부연하며 풍부한 사례로 예시합니다. 의학은 하얀거탑과 대중서적으로만 만나본 저에게도 이 책의 독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2.구체성
앞서서 '충분한 부연'을 말씀드렸는데요, 내용의 전개에 있어서 '구체성'을 띄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TMS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며 누가 잘 걸리는지, 어느 부위에 잘 발생하는지, 그 발생 유형은 어떠한 경향성을 갖고 있는지, 진행과정은 어떠한지, 실제 사례는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해설합니다. 통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심리학적 요소와 그 파급의 과정을 짚어보고 통증에 이르는 생리학적 과정을 따라갑니다. 또한 디스크 탈출, 척추관협착증, 신경압박 등 다양한 신체 통증들을 진단하는 기존의 경향을 알아보고 여러가지 일반적 치료법들도 짚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견해를 지지할 수 있는 학계의 의학적, 심리학적 연구들도 살펴봅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서술과 전개는 통증에 대응하기 위한 실용적 방향성을 모색하는 분들께 충분한 도움을 드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평]
통증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이 주는 가능성

신체적 통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통증의 부위에 따라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통념은 그것이 '신체적인 원인'으로부터 시작됐다는 믿음이다. 근육이든, 신경이든, 힘줄이나 인대든, 해당 신체부위와 관련된 충격이나 감염이 있었고 그 손상의 결과로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 책 '통증혁명'의 저자 '존 사노'박사다.

통증의 원인:긴장성근육통증후군, TMS

저자가 제시하는 통증의 일반적 원인은 바로 TMS다. TMS(Tension Myositis Syndrome)는 우리말로 '긴장성근육통증후군'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목, 어깨, 등, 허리, 엉덩이, 다리 통증을 일으키는 주범이 바로 이 TMS라는 것이다. 그리고 질병에 대한 진단을 달리함으로써, 고질적인 통증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신체 활동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으며, 오히려 자유롭게 활동함으로써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통증의 궁극적 원인, 우리의 마음

저자가 말하는 TMS의 원인은 우리의 마음에 있다. 통증의 원인이 TMS이니, 통증의 원인이 곧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통증에 관한 일반적인 통념과 관점을 달리한다. 첫째, 통증증후군의 원인은 척추 구조의 이상이나 근육의 화학적·기계적 결함 때문이라는 생각, 둘째로 감정과 신체의 변화는 별개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일반적인 허리나 목의 통증은 비록 고통스럽기는 해도 인체에 해가 없는 신체 조직의 생리적 이상이며, 주로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저자의 말)고 말한다.

통증으로부터의 해방: 이해와 행동

그렇다면 어떻게 통증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핵심은 '이해'와 '행동'이다. "TMS에 관한 사실을 알고 그 작동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그 하나고, 그것에 기초해서 행동하고 뇌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 두 번째이다."(113)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대한 뇌의 습관적 사고를 바꾸며, 실천적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통증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증환자가  알아야 할 '이해'란 무엇일까? 통증의 너머에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무의식의 영역에 분노·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들이 억압되어 있고,  이들로부터 회피하고자 하는 방어기제에 기인한 의식적 마음의 작용이 신체적 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주의를 부정적 정서로부터 신체적 통증으로 돌리기 위한 뇌의 속임수라는 것이다. 신체적 통증에 주의를 돌림으로써 부정적 정서가 주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뇌의 전략적 행동인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해'가 분명해지는것만으로도 상당수의 환자가 고통으로 부터 벗어났음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가 지향해야 할 태도와 행동들을 제시한다. 감수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을 읽은것만으로 통증이 사라진 환자가 미국에서만 1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플라시보와의 차이

일반적 통념을 벗어나는 견해에 동의하지 못하는 독자들도 존재할 것이다. 실제로 저자를 찾아온 환자중에도(저자는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이자 의사다) 처음에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제공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 결과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생각이 통증을 없앤다니, 플라시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반박을 제시한다. 플라시보의 효과는 일시적이며 재발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거의 모든 저자의 환자들이 통증재발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플라시보 효과를 가져다주는 다른 치료법과의 차이를 서술하며, 책의 타당성을 높인다.

내 삶으로의 도입 - '산만함'으로 이끄는 뇌의 속임수?

개인적으로 특별한 통증을 앓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몸과 마음의 유기적관계에 대해 지적호기심을 갖고있고, 이러한 앎을 확장함으로써 삶의 가능성 또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의 독서를 통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의 '주의산만'을 극복하기 위한 방향성이다.

나는 꽤나 산만한 기질을 갖고 있다. 책을 읽어나가다 어느새 몽상에 잠겨있기도 하고, 어느날은 갑작스레 부정적인 기억과 정서가 떠올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의도치 않은 산만함은 과업에 임하는 몰입도를 떨어트림으로써 생산성과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이에 나는 산만함을 줄이고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왔고, 그 결과 어느정도의 개선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아쉬움이 여전히 크게 남아있기에, 산만함은 나에게 있어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 책의 독서를 통해서 산만함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었다. 신체적 고통을 '뇌의 속임수'로 인식하듯이, '충동적 생각'을 '뇌의 속임수'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의 뇌는 어째서 '충동적 생각'을 부를까? 모른다.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불안 때문일수도 있고, 잠재적 분노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어떤 가능성 때문일수도 있다. 문제는 원인이 아니다. 그것을 인식하는 나의 태도이며 반응이다. 그래서 나는 뇌에게 이렇게 말해주기로 결심했다. 불현듯 떠오르는 산만함은 '지금, 여기'로부터 도피하기 위한 뇌의 기만이며 위장술이라고. 신경써줘서 고맙지만 나는 그런 기만이 필요 없으며, '지금 ,여기'에서 삶과 마주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그렇게 떠오른 생각들을 웃으며 흘려보내기로 했다. 이 책의 독서 중반부부터 도입한 이러한 태도는, 후반부의 독서를 매끄럽게 해주었으며 그 어느때보다도 높은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신선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은, 삶을 대하는 '주의'와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확신하도록 만들었다.

빈 공간의 자유를 향하여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 우리의 반응을 선택할 자유와 힘이 있다. 그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달려있다. -빅터 프랭클
이 책의 책장을 덮으며 빅터 프랭클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을 도입하자면 자극은 통증이며 반응은 '이해에 기반한 통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며 그 빈 공간에서 우리는 자유와 힘을 갖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통증은 신체 구조의 문제가 아니며 무의식에 억압된 부정적 감정에 기인한다. 신체적 통증에 집중함으로써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도피하도록 유도하는 뇌의 속임수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통증에 얽메이거나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성장과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인상적인 구절]
51 활동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일상생활의 장애가 목표로 삼는 것은 환자가 자신의 몸에 완전히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 다루겠지만 이것이 바로 TMS의 목적이다. 즉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화피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주의를 돌리는 것이다.

86 환자 한 명이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정서적인 어려움보다는 통증을 비롯한 신체 증상에 대해 더 동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보다는 차라리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이 훨씬 더 떳떳한 것이다. 이것이 불쾌한 정서 현상에 직면했을 때 감정적 증상보다는 육체적 증상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88 대부분의 환자들은 TMS가 무엇인지 알고 허리, 어깨 등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만 해도 상태가 호전된다.

131 문제는 환자의 감정 상태를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분노나 불안이 있다는 것과 뇌가 통증을 통해 그것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면 되는 것이죠.

175 내 경험으로 대부분 통증의 원인은 TMS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 때문이다. 즉 생리적 변화가 통증이나 기타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을 포함한 증상만 치료하는 것은 폐렴 환자의 열을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나가며]
의학에 관한 책이기에 무엇을 단정적으로 권해드리기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속적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을 분들의 마음을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과 교수이며 의사입니다. 모든 통증이 TMS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으며 심각한 질병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 책을 자가진단을 위한 가이드북으로 사용하지 않기를 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의 이해를 통해 많은 분들이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몸과 마음의 자유를 즐겁게 누리는 분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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