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의 순간 - 영원한 찰나, 75분의 1초
박영규 지음 / 열림원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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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선지식을 통한 불교의 깨달음에 관심을 갖고있는 분들께
2.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고승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고있는 분들께
3.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성찰을 이어오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의 장점]
1.재미
이 책은 '깨달음에 이른 고승들의 일화+저자의 간략한 해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면이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스승의 깨달음이 제자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 제자가 스승이 되어 또 다른 제자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스승의 깨달음을 같은듯 다르게 전하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의 요소입니다.

2.사실성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안에 담긴 지혜를 가볍게 여기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주인공을 갖고 있으며, 각 챕터가 끝날때마다 등장인물들의 역사적 행적에 대한 소개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이처럼 살아있는 인물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독서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그러한 소개페이지를 통해 고승들의 삶을 짚어봄으로써, 그들이 말한 선지식에 대한 이해에 조금은 더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3.내적 성장의 기회
성장과 성공을 다룬 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내적인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고승들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을까요? 짧은 이야기의 토막들이지만 그들이 담고있는 가치는 결코 짧지 않을 것입니다. 고승들이 남긴 값진 선지식들을 읽어나가는 것은, 값진 내적 성찰과 성장의 시간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적인 읽기:일반적인 이야기]
무엇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한쪽 팔을 내놓아야 합니다. 한쪽 팔을 내놓을 수 있을만한 가치를 가진 어떤 것, 선뜻 떠오르시나요? 심지어 그것이 물질적 대상이 아닌 정신적 가치라면, 이해가 가시나요? 여기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달마'의 제자인 '혜가'입니다. 혹한의 눈보라를 뚫고 달마가 수행중인 토굴로 찾아온 혜가는 팔을 내놓고 깨달음을 갈구합니다. 그리고 달마의 제자가 됩니다. 과연 혜가는 무엇 떄문에 그토록 깨달음을 갈구했을까요? 혜가가 얻은 깨달음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깨달음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은 달마, 혜가, 지눌, 무학, 경허, 성철 등 다양한 고승들의 깨달음과 관련된 일화들을 담고 있습니다.

'깨달음'이라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에 비해 이 책의 독서 과정은 그리 무겁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지면이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이야기+저자의 간략한 해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챕터가 마무리될 떄마다 등장한 인물들에 대한 역사적 해설의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따라서 불교의 선지식에 대한 사전지식에 관계없이 어렵지 않게 책을 읽어나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에 따라 그 울림의 차이는 있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저의 독서가 재미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선문답을 읽어나가다가 잠시 읽기를 멈추고, 책의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는 과정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스승이 묻고 제자가 답하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끼어들어, 스스로 이야기 속의 제자라도 된 양 상상하며 직접 대답해 보았습니다. 스스로 답하고 책의 답변을 읽어본 결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을까요? 전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쉽지 않았습니다. 귀한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는 과정 속에 나름의 값진 깨달음들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값진 내적 성장과 성숙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길을 잃은 사람들이 많은 시대입니다. 타인의 명령에 복종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확신에 찬 행위준칙을 스스로 세우기에는 확신이 없습니다. 물질적 재화는 분명 짜릿한 만족을 줍니다. 하지만 '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 같은듯 다른 시대를 살아온 고승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값진 배움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현실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소중한 성장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래봅니다.

[사적인 읽기:개인적인 독서후기]
생각은 내가 아니고 감정이 내가 아니다. 그러나 마음같지 않은 일상의 변수들에서 촉발된 정신적 사건은, 나를 생각의 파편으로 만들고 감정의 기포로 만들어놓고는 한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며 계획치 않은 나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이번 독서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깨어있는 삶을 충만하게 누리며 살아가야겠다는 그간의 다짐을 확고히 할 수 있게된, 소중한 성찰과 성숙의 시간이 되었다. 

243 제자 하나가 설봉에게 물었다.
"스님,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됩니까?"
설봉이 대답했다.
"좁쌀의 크기를 아느냐?"
제자가 대답했다
'예."
설봉이 다시 말했다.
"좁쌀의 크기를 아는 놈이 어떻게 우주의 크기를 모르느냐?"
".....?"

좁쌀을 떠올린다. 마음이 좁쌀이 된다. 우주를 떠올린다. 마음이 우주가 된다. 나의 우주에 좁쌀을 담았다가 우주를 담았다가 다시 좁쌀을 담는다. 좁쌀이 사라졌다. 텅 빈 우주를 바라본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겼으면 좋을지 떠올려본다. 나는 나의 소중한 우주를 무엇으로 채워나갈 것인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울 것인가? 무엇을 묻히고 무엇을 닦아낼 것인가? 

설거지를 하러 가야겠다. 씽크대가 비었으면 빈그릇이라도 닦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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