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우인가 나는 늑대인가 - 동물을 읽으면 인간이 보인다
오바라 요시아키 지음, 신유희 옮김 / 살림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정리 & 생각]
우리모두 각자가 원하는 삶이 있다. 마음같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잦다. 바른 결과를 위해서는 바른 이해가 필연적이다. '내가 원하는 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 '나는 여우인가 나는 늑대인가'는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대해 다룬다. 특히 '생식'과 '가족'에 대해 다룬다. 이러한 이해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거나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 뿐만 아니라, 긴 진화의 과정에서 정착된 '본능적 욕구'와 '본능적 행태'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자기를 이해하고 자기를 운영하는데 유용한 지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14 법치 국가에서는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중죄에 해당하며 이 죄를 저지르면 사회적으로 사형에 버금가는 처벌을 받는다. 이 점을 충분히 주지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의 질투심 때문에 발생한 살인 사건이 이토록 많다는 것은 고려해 볼 가치고 있다. 일생을 망칠 정도의 범죄를 감행하게 만드는 남자의 성적 질투는 이것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 왔음을 시사한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범죄를 '본능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정당화하거나 합리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변수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원인변수의 파악과 조절이 필연적이다. 과도한 성적 질투가 생식을 위해 발현된 본능적 행위라면, 그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으로의 전이와 확산을 조절하는 것이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다. 욕구의 발현에 휩쓸리지 않고, '본능적 성적 질투'의 발현일 수 있겠다며 이해하는 태도를 통해서다. 이를 통해 감정으로부터 한발짝 떨어져 마음을 이해한다면, 자신과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공격성에서 한 발 물러나, 삶의 주도권을 공고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으로써 나와 배우자를 한 발짝 더 행복에 다가서게 할 수 있지 않을까? 

273 지아비성과 지어미성은 남자와 여자에게 피차 더없는 아내와 남편이라는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상대에게 서로 마음을 써주고 돌봄으로써 남자와 여자의 유대를 강화하고 협력 관계를 촉진한다. 그리하여 남자와 여자가 힘을 합쳐 자식 양육이라는 대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작용한다. 요컨대 지아비성과 지어미성은 가족의 진화를 지탱하는 중요한 성질이라 할 수 있다. ... 이렇게 싹든 연모의 정은 남자와 여자를 강한 힘으로 끌어당기고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한다. 이 연애를 통해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인생의 반려임을 자각하고 가족을 이루는 특별한 협력 상대임을 인정하게 된다. 서로에게 남편 또는 아내가 될 만한 자각과 인식이 생겨나고 점차 남편 혹은 아내로서의 배려와 행동적 성질인, 지아비성과 지어미성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커가는 조카를 보며 느끼는 것이 있다. 한 사람이 인간의 자립하기까지는 한없는 인내와 헌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나는 그것을 모른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나 역시 언젠가 좋은 남편이,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내 안에 내재된 본능이 헌신과 책임을 돕기를 기대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중요하다. '인간은 그래서 이런 행태를 보이는구나'라며 이해의 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서'만큼이나 중요한 접속사가 있다.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진화의 과정에서 전략적 선택을 통해 우리는 유전자를 존속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특정한 성적 행태와 습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제 비로소 '이해'에 이르렀다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생각과 행위를 이어갈지는 우리의 몫이다. 본능에 충실한 것도 정답이 아니고, 본능을 억제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어떠한 길이든 선택과 책임은 자유로운 사유의 주체인 개인의 몫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를 결정하는 삶의 여정에서, 배움의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동물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이해에 다가서고자 하는 분들께
2.남녀의 차이를 생물학적 이해를 통해 배우고자 하는 분들께
3.나아가 남녀갈등의 생물학적 측면을 이해하고자 하는 분들께
4.다양한 동물의 생식활동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있는 분들께

[이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조류, 포유류, 곤충 등 다양한 동물들의 생식활동과 성별 생식전략. 
2.편친, 핵가족, 혼성가족 등 동물들의 다양한 가족구성
3.생물학적 본성에 기인한 인간 남녀의 차이들
4.생물학적 본성에 기인한 인간 가족의 기원과 이해

[이 책의 장점]
1.다양함
책의 전반부는 '번식'이라는 주제로 종을 막라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생식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암컷에게 물고기를 선물함으로써 호감을 표시하는 호반새,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육탄전을 불사하는 붉은사슴, 수컷의 지저귐을 근거로 근친을 피하는 박새의 사례 등이 그것이다. 단순히 '동물'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어 무심하게만 보아왔던 다양한 개체들이 각자의 전략으로 번식을 지향하는 사례들은 독자에게 색다른 호기심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2.대중성
이 책은 '행동생태학'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서문에 따르면 '동물의 행동은 생태학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또는 그러한 행동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있다. 저자의 이력으로 보나, 취지로 보나 생물학적 지식이 없는 독자에게 어려운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렵지 않다. 전문적인 용어와 표현을 지양하며 부드럽고 친절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사례 중심의 이야기 전개는 주제의 낯설음을 잊게 만든다. 생물학과 행동생태학에 관심이 없던 독자라도, '동물의 이해에 기반한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를 부드럽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3.의미
바야흐로 '갈등'의 시대다. 이는 비단 남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나 이 글이 작성되고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갈등중에는 긴 시간이 흐르더라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종류의 것이 있는가 하면, 정보의 추가나 조금의 이해가 더해짐으로써 풀어지는 종류의 것도 있다. 남녀갈등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차이'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해를 더함으로써 오해를 풀어갈 수 있는, 우리 시대에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