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자리 흩트리기 -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
김동연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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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다. 나 역시 그렇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좋아하는 출판사도 있고, 좋아하는 주제도 있으며, 좋아하는 구성도 있고, 좋아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 때문에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책 '있는자리 흩트리기'는 사실 그리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한것은 아니었다. 첫번째 이유는 호기심이었다. 공직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나에게, 새로운 정권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명자'는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책의 주제였다. 자기극복을 통한 성장을 지향하며 살고있는 나에게, '있는자리 흩트리기'를 통해 자발적으로 결핍을 만들어내고 자신을 단련시켜나가라는 메시지는, 지친 일상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만들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받아 읽기 시작했고 책을 덮을 무렵, 이 책이 담고있는 한 가지 요소를 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저자의 진심이었다. 자신의 부끄러운 경험과 아픈 기억을 꾹꾹 눌러 담으면서도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자신만의 '삶의 지혜'를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문체와 구성은 간결하다. 그러나 저자가 던지는 지혜의 무게는 결코 간결하지 않다. '명사형 꿈에서 동사형 꿈으로'라는 소목차의 제목처럼, 읽는 내내 저자의 지혜를 받아들임으로써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동사'로서 독서를 이어가고자 의욕했다. 이제 그 지혜의 내용들을 간결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맘대로 재정리 & 생각]
1.삼중감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 유명한 데미안의 구절을 인용하며 저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삼중감옥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자기 자신의 틀', '사회를 움직이는 게임의 룰'이 그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있는자리'를 흩트림으로써 단련의 기회를 만들고 용기와 지혜를 획득하며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속 영웅들의 삶이 말해주듯, 고난과 고통은 인간을 거듭남으로 이끄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은 고통과 좌절을 주더라도 말이다. 이 책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연히 마주하는 고통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안전지대를 벗어나 단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있는 자리를 흩트리는 주체적 자세를 강조했다는 점이다. 또한 흩텨려야 할 '있는자리'를 세 가지 감옥으로 구분하며, 삶속에서 실천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대상을 구체화하여 명시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었다. 

2.첫 번째 감옥 / 환경 /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 남이 던진 질문
 책에서 말하는 환경은 태어나면서 마주치는, 삶을 둘러싼 환경을 의미한다. 성별, 부모, 경제력, 가족 구성원과 같은 가까운 주변의 환경을 말한다. 이들은 유소년기의 성장과정에서 인격과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고착화되고는 한다. 타인과의 비교에서 박탈감을 느끼거나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가두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결핍을 '위장된 축복'이라 말한다. 성공을 위한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자신의 성공 비결로 '가난과 허약 그리고 무학'의 세 가지를 꼽았다고 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덕에 어릴 때부터 갖가지 힘든 일을 하며 세상살이에 필요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허약한 아이였던 덕분에 운동을 시작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던 덕분에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제 선생이어서 모르면 묻고 배우며 익혔습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

  나의 '첫번째 감옥'을 짚어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내가 가진 '기질'이었다. 나는 꽤나 산만한 기질을 갖고 있다. 이는 나의 성취를 발목잡아 왔으며 자립의 시간을 늦추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자존감은 끝없이 추락하고 스스로를 가두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모든 단면을 온전하게 수용하기로 다짐한 이후, 나는 나의 산만함 덕분에 꽤나 많은것을 얻을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우선 '타인의 기질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 '뇌와 인지, 마음의 작용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열린마음'과 '호기심'은 삶의 모든 순간을 명랑하게 경험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3.두 번째 감옥 / 나 자신 / 자기 자신의 틀 / 나에게 던진 질문
 두 번째 감옥은 나도 모르게 형성된 나 자신의 틀을 의미한다. 내가 가진 습관, 사고방식, 가치관, 반응패턴같은 것들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타인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수용하며 맹목적으로 지향하고는 한다. 습관적 행동패턴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일상을 채워 가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틀을 깸으로써 '자기중심'을 잡고 '자기다움'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프리드리히 니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신만의 의미체계와 가치체계를 창조하고 삶의 주체가 돼라는 니체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내면의 회의와 자발적 경험을 통한 자신의 성장기록을 풀어내며, 자기자신의 틀을 깨기 위한 구체적 사례와 방향을 제시한다. '절실함'과 '끈기'로 스스로 낸 문제를 해결하며, 단단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것 등이 그것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마라. 최선이란 자기 노력이 스스로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쓸 수 있는 말이다
-조정래

나 역시 '패턴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잦음을 자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인지과학에 따르면 습관적 행위패턴에 이끌리는 '자동모드'는 에너지의 보존과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적 산물이다. 그러나 역동적 사회를 살고있는 현대인들은 '어제의 패턴'이 '오늘의 최적화'를 담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파괴적 부정적 습관인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늘 깨어있자. 나의 삶을 살자. 책에서 제시된 대로 '마음의 근력'을 키우며 [명사형-동사형-명사형]꿈을 향해 몸을 던짐으로써, 자기중심과 자기다움을 갖춘 사람을 향해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4.세 번째 감옥 / 세상 / 사회를 움직이는 게임의 룰 / 세상이 던진 질문
 세 번째 감은 사회를 움직이는 게임의 룰, 즉 보상체계를 의미한다. 기득권과 카르텔로 똘똘 뭉친 사회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이러한 사회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부조리와 불합리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화낼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보상체계와 거버넌스의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사람들의 수평적 결속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나 역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기를 바란다. 유능한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참여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런면에서 세상을 개선하기 위한 킹핀으로 '사회보상체계'와 '거버넌스'를 꼽은 저자의 직관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표면적인 문제들을 조절해봤자 근본에 자리한 '핵심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끊임없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조직생활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그에 앞서 나 자신의 삶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마주할 수많은 문제들을 경험하며, 근본에 자리한 '킹핀'은 무엇인지 꿰뚫어볼 수 있는 지혜를 갖춰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또한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에 맞서 용기를 잃지 않고 나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당당함 또한 갖춰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33 더 높고 더 넓은 세계로 한 발 내딛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의 나약함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저앉을 게 아니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75 권위는 존중해주되 권위주의에는 단호히 저항해야 한다. 예의는 갖추되 물러서지는 말아야 한다.
83 삼키기 힘든 쓴 실패의 뒤, 내가 딛고 일어서면 그 실패가 '위장된 축복'이 되기도 한다.
106 어떤 때는 내가 미처 모르는 도움의 손길도 있다. 그 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손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한다.
153 첫걸음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소리에 따라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인생의 승부처는 '주어진 상황'에 대처해 열심히 살았던 때가 아니라 내가 '상황을 만들어 부딪친 때'다. 그리고 그 승부처에서 '절실함'과 '끈기'와 같은 승부수를 갖느냐에 따라 인생과 운명이 바뀐다.
248 새로운 항해에 대한 용기와 열정,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그러면서 생기는 자기중심이다. 이것이 '유쾌한 반란'의 요체다.

[나가며]

세상의 모든 고통과 좌절과 분노를 내게 다오
영원히 마르지 않을 눈물을 갖게 하고
고독의 늪에서 헤매이게 하라
그럼으로써 내가 세상에 온
이유를 알게 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가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 말하게 하라
-넥스트 2집 Destruction Of The Shell : 껍질의 파괴

고통의 승화를 통한 성숙은 역사속에서 많은 현자들에 의해 노래되어 왔다. 이 책 '있는자리 흩트리기'에서는 그 중에서도 특히 '자발적 반란'을 강조한다. 스스로의 자발적 의지로 세 가지 '있는자리'를 흩트림으로써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용기'와 '끈기'다. 두 가지 모두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치 않은 요소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은 경험은 나 자신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하기 위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위에서 발췌한 넥스트의 곡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언젠가 내 마음은 빛을 가득 안고 영원을 날리라.' 성장과 성숙의 희망을 안고, 과감하게 있는자리를 흩트릴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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