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브레인 - 몰입을 빼앗긴 시대, 똑똑한 뇌 사용법
안데르스 한센 지음, 김아영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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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습니다. 정신차려보니 새벽 두 시 입니다. 내일은 일곱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다섯시간도 채 못자게 생겼습니다. 제 때 일어날수는 있을까요? 아침부터 하루종일 피로를 달고 살 판입니다. 잠을 적게 잔 날은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던데, 힘들고 비효율적인 하루를 보내게 생겼습니다. 화려한 후회가 나를 감쌉니다. 시간이 멈추길 기도하지만 울고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시작은 유튜브였습니다. 영상 하나만 돌려보고 폰을 내려놓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댓글을 읽고, 추천영상을 타고, 타고, 또 타고 다니다 보니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인스타로, 다시 유튜브로 넘나들며 헤엄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입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저만의 이야기도 아니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우리의 부족한 자제력 때문일까요? 그보다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뇌'입니다. 우리의 뇌는, 원래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책 <인스타 브레인>은 디지털 기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물론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었겠죠. 유용한 기능을 활용하여 업무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지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사회적 관계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장점 이면에 보이지 않는 단점도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집중력이 저하되고 있습니다. 수면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죠. 저자는 이처럼 우리의 감정, 수면시간, 집중력 등에 초점을 맞추며 디지털기기가 우리에게 주는 부정적 영향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디지털기기와 스마트폰이 주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다들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절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그러나 그 부정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전문가가 알려주는 대응전략을 배워본다면, 이전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디지털기기를 다룰 수 있지 않을까요? 긍정적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정적 영향은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에 번번히 휘둘리며,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라는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p.76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파민은 바로 우리의 엔진이다.

p. 77 도파민은 눈앞에 있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게 만들지만, 그 음식을 맛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은 엔도르핀이기 때문이다.

첫 문단에서 던졌던 의문으로 다시 돌아가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것일까요? 중요한 일을 미루고, 다음 날의 컨디션을 희생하면서까지 들여다볼 가치가 없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스마트폰에 휘둘리며 스스로에게 행복이 아닌 고통을 건네는 것일까요? 핵심은 바로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우리의 '동기'와 관련된 뇌의 전달물질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반응하고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들죠. 그렇다면 도파민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에 집중하도록 만들까요? 이는 인류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긴 인류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도파민 시스템은 작동해 왔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테니까요. 그래서 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무엇에 반응할까요? 먼저 '새로운 것'을 사랑합니다. 불확실한 자연에 대처해야 하는 고대 인류의 입장에서, 주변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생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한편 '예측 불허'를 사랑하기도 합니다. 이는 쥐와 원숭이, 인간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보상이 불규칙하게 주어지는 게임을 진행할 때 도파민 수치가 더 높게 측정되었던 것이죠. 게임을 해본 분이라면 확률형 아이템 상자가 열리기 직전의 두근거림에 공감하실 겁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뇌의 도파민은, 우리로 하여금 새롭고 불규칙적인 것을 쫓도록 만듭니다. 새롭고 불규칙적인 자극을 주는 물건, 떠오르는 것이 있으시죠?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 좋은 패턴을 놓칠리가 없습니다. 소비자의 주의를 빼앗고 흥미를 유발하며, 중독성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죠. 우리가 스마트폰에 빠지는 것은, 우리의 '뇌'와 '도파민'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니 더는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적절한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그것을 실천하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잠깐, 스마트폰을 너무 매도하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주어진 시간 내에서 적당히 잘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맞습니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유용함은 활용해야겠지요. 문제는 '지나침'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뇌의 회로를 변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주의집중력을 떨어트리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소중한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스마트폰 사용에 경각심을 가질 이유는 분명해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마트폰의 현명한 활용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요? 저자는 몇 가지 전략적 기술들을 제시하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운동'이었습니다.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약간의 신체활동만으로도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산만하던 태도도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정보처리 속도도 빨라졌고요. 많은 시간과 활동을 투자했을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6분입니다. 짧은 시간동안 운동 비디오를 따라하며 복잡한 동작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특히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에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니,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운동은 훌륭한 스마트폰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책에 적혀있는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과 운동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저 역시 자극에 상당히 취약한 기질을 갖고 있기에, 스마트폰에 쉽사리 현혹되며 시간을 낭비하고 뒤늦게 자책하곤 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유산소운동을 시작하며 우울과 불안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이나, 스스로의 일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를 기대하는 성인 여러분들께 유익한 독서가 될 것입니다.

'주의력'에 중점을 두어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인지전략을 제시한 <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도 개인적으로 참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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