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를 확대한단다. '공정성'을 향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의 시류를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현장과 체험 및 교육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면 학생부 비중을 낮추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무엇이 정답일까? 글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정권과 시류에 따라 뒤집히는 교육정책 속에서 혼란과 불안을 겪는 것은 오로지 수험생과 학부모, 교육현장의 몫이라는 점이다. 교육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당장 수험생 '개인'의 입장에서 학교는 대학이라는 과실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이며 도구에 불과한것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이라면 그래서는 안된다. 그렇게 여겨서는 안된다. 삶을 조금이라도 먼저 살아온 어른에게 있어서 교육은, 사람을 향한 애정과 사랑을 담고 있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이다, AI다 뭐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우리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그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지향해야 하는것일까? 우리는 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것일까?
Natural Born Learners
114 "갑자기 나는 뭔가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흐릿한 의식, 생각이 되살아나는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어의 신비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물'이라는 단어가 손 위로 시원하게 흐르는 기분 좋은 무언가를 의미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살아 있는 그 단어가 내 영혼을 깨우고, 빛과 희망과 기쁨으로 영혼을 해방시켰다! 모든 것에 이름이 붙어 있었고, 각 이름은 새로운 생각을 낳았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손에 만져지는 모든 물건이 생명으로 진동하는 듯했다."
책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는 '오늘'의 교육이 가져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제목만 놓고 본다면 단순히 성적 좋은 아이들이 쏠쏠하게 활용하고 있는 특급 학습비법을 담고 있을것만 같지만, 56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 보여주듯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과 범위는 그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책의 원저는 <Natural Born Learners - Our Incredible Capacity to Learn and How We Can Harness It>다. 즉 우리의 본연적 학습능력과 잠재력에 관한 책이다. 어린시절을 돌이켜 볼 것도 없다. 당장 가까이 있는 아기나 어린 아이만 지켜봐도 그들은 즐겁게 배운다. 탐험하고, 시도하고, 학습하고, 웃는다. 이 모든 과정에 어떠한 물질적 보상이나 강제성도 개입하지 않는다. 그저 '좋아서' 배울 뿐이다. 순수한 호기심이 그들의 원동력이다. 그런데 학습의 무대를 학교로 옮겨온다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진다. 학습과 공부는 그저 지루하고 따분한, 대학을 위한 도구이며 강제성을 띈 노동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걸까? 어린 시절의 순수한 호기심과 배움을 향한 열망은 모두 다 어디로 숨어버린걸까? 학교에서 시작된 문제라면, 학교에서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안에 숨어있는 순수한 호기심을 회복시켜줄 학교가 존재한다면,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 아닐까? 그곳의 면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1세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172 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모든 아이들이 각자 삶의 목적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그렇게 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완전히 습득할 수 있게 돕는 과정이 될 것이다.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의 저자 '알렉스 비어드'는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 《와이어드》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육 칼럼니스트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교사였다. 아이들을 직접 마주하고 가르치며 10년간 교육한장에서 몸 담았던 그는 여느 초보 교사처럼 힘든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10년간의 값진 경험을 계기로 그는 하나의 목표를 세우게 된다. 학교를 재해석하고 삐걱거리는 세계의 교육 시스템을 재설계하겠다는 목표다. 이 책은 '21세기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담고 있다. 그 질문의 답을 찾아 저자는 세계 곳곳의 학교를 직접 방문한다. 뉴욕, 런던, 파리, 헬싱키, 서울, 홍콩 등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나본 혁신적인 모습의 학교와 교사와 교육방법들을 소개한다. 세계적인 IT 인재 교육전문기관인 '에꼴42'에서부터 품성개발을 중심에 놓고 교육하는 '브레이크스루 마그넷 스쿨'까지, 각각의 개성과 혁신적인 교육방법을 갖추고 있는 다양한 최신 교육현장들의 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새롭게 생각하기, 더 잘하기, 더 깊이 관심갖기
149 윌링햄은 "작업 기억을 먼저 거치지 않고서는 장기 기억에 남을 수 없다"면서 "일반적으로 무언가에 의식적으로 집중한다는 것은 그것이 장기 기억에 남게 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집중하지 않고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이다.
150 그녀는 컴퓨터의 작동 방식에서 인간이 따라야 할 방법적 측면을 발견했다. 복잡한 기술은 간단한 여러 단계와 각각의 구체적 요소로 나눌 수 있다. 그렇게 한 후 단계를 차례로 습득하면 되는 것이다.
목차는 크게 3부로 나눠진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세 가지 핵심적인 신념에 따른 분류다. <1부-새롭게 생각하기>에서는 인간과 교육을 향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가 '타고난 학습자들'임을 증명하며 잠재된 학습능력을 일깨우기 위한 구체적 교육방법과 적용사례들을 제시한다. <2부-더 잘하기>에서는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발맞춰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새롭게 제시한다. 바로 '창조성'과 '목적'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방법을 기르고,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가장 고귀한 목표라고 강조한다. <3부-더 깊이 관심갖기>에서는 교육의 본질에 관하여 깊이 성찰해본다. 효율과 경쟁을 내세우는 사이 우리가 놓치고 지냈던 교육의 본질, 학습의 윤리적·인간적 측면이다. 저자는 진화하는 세상의 필요에 맞춰 교육방식을 발 빠르게 조절하지 못한다면, 가치관을 잃은 세대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인류와 지구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 사회적·감정적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곳곳의 교육 현자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마음챙김으로 실패를 돌파하는 브레이크스루 마그넷 스쿨
380 그녀는 학생들이 자기감정에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어떤 점이 위태로워지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는 학생들이 좌절감을 자주 느낀다고 말했다.
381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느끼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학교는 코네티컷 하트퍼드에 위치한 '브레이크스루 마그넷 스쿨reackthrough Magnet School'이다. 이 학교는 품성 교육 특성화 학교로 브릭BRICK이라는 학교이념을 갖고 있다. 실패를 돌파구BreackThrough로 바꾸는 법을 배우고, 각자의 행복에 책임Responsibility을 지고, 온전함Integrity을 배우고, 기여할Contribute 기회를 찾고, 지식Knowledge을 넓힌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열쇠로서 '마음챙김'을 제시한다. 이 학교에서는 읽기와 수학에 들이는 것과 똑같은 노력을,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사회성을 발달시키고, 지금 현재 자신의 기분을 알아차리는데 투자한다. 스스로나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도움을 요청해도 괜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지도한다. 마음챙김은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인식의 태도다. '매 순간, 아무런 판단 없이 지금 일어나는 일, 즉 호흡, 몸, 생각, 감정, 주위 환경을 자각하는 것'이다. 학교는 '긍정 심리학'과 '인지행동치료CBT'에 마음챙김을 연결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현명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순간에 일어나는 일을 인식하고, 촉발된 행동을 생각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는 구조다. 자기 인식에 익숙해짐으로써 벌어진 일의 단계를 구별하고 감정적 반응을 다스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학교에는 '마음챙김 자리'가 있다. 대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이 마음의 동요를 인식하고는 슬며시 마음챙김 자리로 가서 숨을 고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좋아! 이제 나한테 투지가 있다는 걸 보여줄거에요.' 실패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갖추게 된 것이다. 상상만해도 귀여우면서 놀라운 장면이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이해하며 적절하게 대처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아이가 누리게 될 삶의 모습은 얼마나 생기있고 유쾌할지 생각만해도 마음이 벅차올랐다. 국어나 영어나 수학도 중요하지만, '실패를 돌파구로'바꾸고 스스로의 감정과 마주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 우리가 아이들에게 키워줄 수 있는 고귀하고 소중한 덕목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법 뿐만 아니라 '느끼는 법'을 가르치는 브레이크스루 마그넷 스쿨, 학교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의 교육에 있어서도 본받을 점이 많은 학교였다.
BRICK을 기억하며
374 "아이들은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세상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생각을 통제할 수는 있습니다."
교육에 정답이 있을까? 정해진 시간과 에너지와 예산이라는 자원을 이용하여 우리는,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책에 인용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만 열망을 품을 수 있다."는 문장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경험에 뛰어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그런데 비단 아이들만 그럴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만남으로써,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망을 품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누군가를 가르치게 될 상황을 위하여, 혹은 나 자신을 가르치는 삶의 주체로서 몇 가지 가치와 덕목들에 번뜩임을 느끼며 열망을 품을 수 있었다. 특히 '브레이크스루 마그넷스쿨'의 BRICK이 그렇다. 과거의 실패에서 지혜를 얻고, 미래의 실패를 두려움 없이 돌파하며,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행복에 책임감을 갖고, 성취나 성공과 별개로 나 스스로 온전한 사람임을 기억하며, 나의 안정과성장과 기여해준 가족과 친구와 공동체에 기여할 기회를 찾고, 들끓는 태생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지혜를 넓히는 놀이를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