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 학습법 -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리사 손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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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덮었다. 나는 어떤 생각을 했지? 어떤 감정을 느꼈지? 어떤 교훈을 얻었지? 어떤 의미를 발견했지? 포스트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경험을 반추해본다. 잠깐, '내적 동기'라는 키워드에 눈이 멈춘다. 기억이 날듯말듯 가물가물하다. '외적 동기'라는 키워드와 대립되어, 외부적 보상이 아닌 안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자발적 동기와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제대로 알고 있는게 맞나? 스스로 점검컨대 ①점이 '전혀 모른다'고 ⑩점이 '정확히 안다'라면 ⑦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열고 확인해본다. 얼추 맞다. 다만 외적 동기만을 동력으로 삼고 치열하게 공부한 아이들은 해당 과정이 마무리되었을 때 동력을 잃고 허무와 방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쳤다. 스스로도 공감하는 내용이었기에 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었는데 잊어버렸다. 기억을 더듬으며 다시 내용을 정리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학습과 목표추구에 있어서 '외적 동기' 뿐만 아니라 '내면의 기쁨'이라는 '내적 동기'를 자극하고 떠올림으로써 '목표에 이르는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며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로써 내가 읽었던 내용과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을 점검하고 나의 지식체계에서 재구성했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 유용하고 필요한 과정이었다. 물론 분명히 조만간 또 잊어버릴 것이다. 나는 완벽한 학습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다시 반추하고 유추하면 된다. 그러한 경험이 지식의 맥락을 더하여 나의 지식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줄 것이다. 여기까지 책 <메타인지 학습법>에서 배운 '모니터링'과 '컨트롤'을 활용한 복습 과정이었다.

212 결론적으로 '메타인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용기를 키우는 힘'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분명 "우리 아이의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공부 잘하는 것과 용기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라고 물어볼 것이다. 공부와 좋은 성적은 학생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공부와 성적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가 성공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성공을 하려면 성장을 해야 하고 성장을 하려면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 <메타인지 학습법>은 근래 교육학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인 '메타인지'를 다룬 책이다. 제목만 봐서는 '메타인지'를 활용하여 '공부를 잘 하는 법', 내지는 '좋은 성적을 내는 법', '시험에 합격하는 법' 같은 것들을 다룰 것 같다. 아주 틀린말은 아니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위에서 나열한 것들을 성취하는데 유용한 아이디어들을 획득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이 지향하는 것이 '시험'을 위한 '학습'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의미의 학습이다. "우리는 왜 배우는가?"라는 의미에서의 학습이다. 한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성공을 위해서, 성장을 위해서,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키워주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가 가진 강력한 힘이다. 저자는 먼저 3개의 챕터를 할애하여 메타인지를 방해하는 한국 사회의 3가지 통념을 비판한다." 빠른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쉬운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실패 없는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가 그것이다. 이어 '4장-토끼와 거북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 잡기'를 통해 아이의 행복을 위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 짚어보고 마지막으로 '5장-모든 변화는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를 통해서 메타인지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법을 제시한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아이를 키우며 '더 나은 양육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다. 저자는 학자이자 엄마의 입장에서 부모를 위한 진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두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학습자 본인'이다. 이 책은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를 대상으로 쓰여졌지만 모든 성인들 역시 스스로의 양육자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돌보고 스스로를 행복으로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스스로의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학습능력·업무효율·자기계발전략 등을 키워나가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54 '생각이 없다'는 말은 곧 자신의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 혹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추가 없다는 말과 같다. 부모들이 요구하는 '화가 났을 때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보는 행위'는 자신의 감정(화)을 자각하는 행동이자 왜 자신이 화가 났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이 과정이 바로 메타인지다.

54 만약 누군가가 정말 천재라면 그 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학습'의 필요를 느끼지 못함은 물론, 찬찬히 학습하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조차 누리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일 것이다. 아이에게 이런 불행한 삶을 선물하고 싶은 부모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천재처럼 빨리 배워야 성공한다는 신념을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심어주는 부모가 많다. 아이가 우연히 무언가를 잘해낼 때 "우와, 우리 XX이 천재구나!" 하며 즉각적으로 그 능력을 칭찬하면, 아이는 자기가 빨리 학습에 성공해 부모의 기분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다른 것을 새로 배울 때는 이전과 달리 학습 속도가 느리거나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이럴 경우 아이는 '어떡하지? 나는 천재가 아닌가봐. 엄마가 이 사실을 알고 실망하면 어쩌지?'라며 불안해한다. 그 결과 배움의 과정을 포기하거나 자기 자신을 '바보'라 칭하며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루아침에 천재에서 바보가 되었다고 믿는 아이가 과연 무엇을 배우려 하겠는가.

책의 1장은 '빠른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제목 아래 메타인지를 방해하는 중요한 착각을 다룬다. '빨리 배우는 것'은 학습자나 양육자나 모두가 탐내는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예전에 '열혈강호'라는 무협만화를 즐겨 보았는데 주인공 최고의 능력이 가공할만한 학습 능력이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기초는 탄탄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완성된 무공을 눈으로 지켜보기만 해도 얼추 따라할 수 있는 것이 그의 천부적 재능이다. 능청스럽고 천진난만한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정신적 각성을 하게 되고 최고의 사부들을 거치며 성장해나가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보았을 때 가장 부러우면서 멋지게 느껴졌던 것이 바로 주인공의 학습 능력이었다. 보기만 하면 최고의 무공을 시전할 수 있는 무인, 요즘으로 치면 책을 훑어보기만 해도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는 천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린시절부터 나는 이런 천재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지금도 사실 그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결코 천재가 아닌 스스로를 직시하며 열등감 같은것을 갖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니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자부심을 느끼거나 유쾌하게 학습을 즐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뭐 어떤가? 내가 천재여야만 하는 어떤 당위라도 있나? 그것이 누군가를 실망시킬만한 일이었나? 천재가 아니기에 곱씹어 노력하고, 회피하고 망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끈기있게 노력하는 나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낄수도 있지 않을까? 결과만이 삶의 유일한 지향점이라면 우리는 결국 모두 죽는다. 결과에 눈이 멀어 스스로를 잃지 않기를, 모든 순간 순간의 과정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며 즐길 수 있기를 바래본다.

150 당시에는 메타인지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되풀이하여 생각했고, 지금까지 나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는 노력을 많이 해온 듯하다. 보모의 문화와 다른 문화, 부모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가진 나라에서 살게 되면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언어와 학습의 속도가 느려진다. 토끼가 되고 싶어 죽어라 노력해도 토끼가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삶의 목적을 경쟁과 생존'이라고 결론지었다면 내 인생은 완전히 실패했을 것이다.

212 하지만 공부와 성적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가 성공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성공을 하려면 성장을 해야 하고 성장을 하려면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218 아이를 낳기 전 나는 이론적으로 완벽한 엄마였다. 너무나 잘 정리된 정보와 지식들로 무장했기 때문에 내가 아이를 잘 키울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 전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은 단순한 정보와 자료일 뿐 메타인지는 아니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내가 아기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를 생각하고 난 후 오히려 나는 본격적으로 메타인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책을 읽어나가며 밑줄과 포스트잇으로 책을 뒤덮을만큼 독서에 몰입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메모를 덧붙이며 내용에 공감했다. 잘 짜여진 책이고 충분한 부연과 사례로 주장을 지지하고 있던 덕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저자의 '진정성'이다. 저자는 학자이기 이전에 이민자 가정에서 자라며 힘든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으로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의 경험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체계적인 교육학 이론으로 능숙하고 편안하게 아이를 양육했을것만 같은 저자의 시행착오와 성장 경험은 진실한 마음을 엿보게 한다. 150페이지를 읽으며 이런 메모를 남겼다. "삶의 목적을 경쟁과 생존이라고 여기지 않았다면, 저자의 삶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그러다가 212페이지에 이르러 잠시 읽기를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을 위한 성공, 성공을 위한 성장, 성장을 위해 필요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키워주는 메타인지. 자기계발과 학습을 위한 독서로 시작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책장을 덮었다.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돌아보려면 우선 나를 인식해야 한다. 그 누구보다 존엄하고 가치있는 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나. 그런 나부터 돌봐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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