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수업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예술 강의
문광훈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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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야기일 뿐이다. 기껏해야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란 말이다. 세상에 단 한순간도 존재해본 적 없는 인물들이 작가적 상상력으로 창작된 대화를 나누며 삶을 모방한 허구의 경험을 관통한다. 연극, 영화, 소설, 시, 그림, 무용, 노래 등 모든 예술이 그렇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가상'이라는 전제만큼은 분명히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러한 가상의 이야기에 목을 메는걸까? 울고 웃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감탄하고 비난하고 기대하고 탄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는 대체 왜 예술을 놓치 못하는걸까? 인간에게 있어 예술이란 어떤 의미일까?

책 <미학수업>은 미학이라는 교량을 통해 예술과 인간을 연결한다. 인간에게 예술이 갖는 의미를, 인간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를 46가지의 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그림, 음악, 건축물, 소설, 시 등 다방면의 작품을 담고 있다. 카라바조, 렘브란트, 미켈란젤로, 피카소, 브람스, 슈만, 김수영, 카프카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포함한다. 각 작품을 포함하는 챕터별로 5~6페이지의 분량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예술작품을 수록하고 그에 대한 해석을 기록하는 책은 예전에도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주제의식'면에서 독특하고 일관적인 특징을 갖고 있었다. 해당 작품이 '삶'을 향해 던지는 '의미'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예술이라는 거울을 통해 인간의 삶을 비춘다는 점이다. 이에 해당 작품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은 물론, 현실의 삶에서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점에서 인상적인 독서였다.

그저 가짜일 뿐이라고 치부했던 적이 있었다. 순간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던 때도 있었다. 허나 이제 나 예술과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절망과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연극과 소설과 음악을 포함한, 예술의 도움을 넘치게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를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섬세하게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는 작가의 표현에 절절히 공감할수밖에 없었다. 이상이 저 곳에 있고 현실은 이 곳에 있다. 그 불안한 간극에서 우리는 모순과 부조리에 몸서리치곤 한다. 이 때 두 갈래의 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상을 부인하고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눈을 부릅뜨고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 물론 후자의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은 삶과 자신을 창조하는 변형적 자기조직을 위한 강력한 벗이 되어줄 것이다. 삶을 자기형성의 진지한 놀이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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