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 -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모든 순간을 나답게 사는 법
브레네 브라운 지음, 이은경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모든 것은 직면으로부터 시작됐다. 두려웠다. 왜? 스스로에게 수치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내가 취약성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수치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회피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순환의 표면에 위치한 '두려움'이 자각될 때면 나는 반사적으로 도망쳤다. 밖으로 다른 작업을 하거나, 안으로 다른 생각을 찾았다. 당면한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적정수준의 자극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회피할 수 있다면, 그걸로 해피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회피는 결코 행복으로 이어질 수 없었다. 부정적 감정을 관성적으로 무시하고 비난하던 사이, 긍정적 감정을 포착하는 감각도 서서히 무뎌져갔다. 뿐만 아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갈수록 삶의 반경도 줄어들었다. 자연히 기쁨과 마주칠 수 있는 기회도 줄어갔다. 안으로 밖으로 두려움으로부터 회피하는 과정에서, 안으로 밖으로 기쁨으로부터 멀어져갔다. 회피는 결코 해피로 이어질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직면으로부터 시작됐다. 모든 변화는 직면으로부터 시작됐다. 첫번째, 나의 두려움을 인정하는 것. 두 번째, 나의 취약성을 수용하는 것. 세 번째, 지금 이 순간 그런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두려움을 직면하게 되면서 더는 두려움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안으로부터의 기쁨에서 밖으로부터의 기쁨까지, 삶의 기쁨을 마주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자연스레 늘어갔다. 그 모든 성장의 과정에서 나는 이 하나의 키워드와 빈번하게 마주치게 되었다. 바로 '경계'다. '세상'과 '나'를, '너'와 '나'를 구분짓는, 그럼으로써 자기자각과 자기돌봄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또렷한 '경계'다. 

취약하다는 것의 힘 _ TED 강의 브레네 브라운

그런면에서 브레네 브라운의 신간 제목이 <진정한 나로 살아갈 용기>라는 사실은 정말이지 반가운 소식이었다. 저자의 TED 강연 '취약하다는 것의 힘'으로부터 공감과 위로와 방향성의 영감을 받은 바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의 흡입력은 TED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앉은 자리에서 다리가 저려 일어날때까지 포스트잇 플래그를 수도없이 붙여가며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책의 부제인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모든 순간을 나답게 사는 법'을 갖출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책은 하나의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야 안젤루'라는 상담가가 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어디에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깨달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그럴 때 어디에나 속한다고 느끼죠. 비싼 값을 치러야 하지만 커다란 보상을 얻게 됩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을 자유라고 느낀다는 표현에 대한 이질감이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통받았던 어린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저자는 겉모습은 백인이면서도 이름에는 흑인의 흔적을 갖고 있었다. 인종차별을 당하며 어느 집단에도 온전하게 어울리지 못했다. 이러한 유년기의 경험은 '속하지 못함'의 고통을, '속하고 싶음'의 갈증을 남겼다. 그런 저자가 안젤루의 표현을 듣고 공감하지 못하며 분노까지 느끼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는 과연 저자만의 이야기일까? 책에는 저자의 이야기와 사회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놀랍도록 우리 사회와 닮아있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파벌'하면 떼어놓을 수 없는 사회가 바로 우리나라 아니던가? 유망한 학교에, 기업에, 조직에, 집단에, 사교모임에 소속되기 위해서 악을쓰며 노오력하는 것이 요즘의 일반적인 우리 모습이 아니던가? 자신이 속한 집단은 무조건적 신앙으로 지지하며, 대척점의 집단을 향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난하고 저주하고 혐오하는 것이 빈번한 현상 아니던가? 꼭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관성적으로 우루루 몰려다니던 사이, 우리는 소중한 그 무엇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50 진정한 소속감이란 우리 마음속에 있다. 일단 우리가 철저하게 자신에게 속하고 자기 자신을 완전히 믿으면 진정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자신에게 속한다는 말은 홀로 서야 한다는 뜻이다. 불확실성과 취약성, 비판이라는 황야에 용감히 맞서야 한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나 전쟁터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이렇게 하기란 대단히 힘들다. 우리는 철저하게 혼자일 때조차 집단, 정치, 이념보다 더 거대한 사랑과 인간 정신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아무리 사상과 신념에 따라 갈라서 있다해도 우리는 같은 정신을 공유하는 역사의 일부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소속감은 특정한 엘리트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 자신을 잃는다면 결국 남는것은 공허함 뿐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소속감은,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것'으로써 얻을 수 있다. 온전한 자신으로 우뚝 섬으로써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고, 자신있고 진실하게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진실을 담은 역설'이다. 저자는 이처럼 진정한 소속감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써 '신뢰의 일곱 가지 요소'등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똑같은 일곱가지 요소를 가지고 다방면으로 적용함으로써 '타인 신뢰', '자기 신뢰', '용기 근육 키우기'등 적재 적소에 활용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일곱가지 키워드를 기억함으로써 스스로를 조각하는 여정에서 요긴하게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연결된 우리'가 되기 위해서 '용감한 나'부터 되어야겠다는 역설의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 스스로를 신뢰하는 강건한 등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와 타인을 수용하는 온화한 가슴으로, 강하지만 부드럽고 맹렬하지만 친절한 역설을 담고 있는 용맹한 심장으로, 분명하며 온전한 나를 다듬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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